산소 도둑의 일기 (민음사, 2019년)
원 제 Diary of an Oxygen Thief (2006년)
@ 이 책은
'뉴욕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SNS를 강타한 문제작'이라는 선전 문구와 깔끔하게 제작된 표지가 마음에 들어 출간 당시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소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80쪽에 불가한 책 (20cm X 12cm)에 책정된 12800원이라는 가격에 구입을 망설이게 하더군요. 결국 2020년이 돼서야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었습니다.
2006년도에 네덜란드에서 자비 출판된 이 책은 2016년도에는 미국에 상륙해서 독립 서적 물로는 드문 중량감 있는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갑작스러운 이야기지만, '미투 운동'은 2006년도에 처음 시작되었으며, 2017년 저명한 할리우드 제작사 '하비 와인스틴'에 대한 폭로를 시작으로 불꽃같이 확산된 사회 운동입니다. 이 소설과 미투 운동은 등장과 확산에서 묘하게도 유사한 시점을 가집니다.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내용도 미투 운동과 흐름을 같이 합니다. 여자들에게 '상처 주기'를 즐겨 했던 이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상처받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니까요.
@ 부족한 가독성, 출중한 메시지
이 소설의 초반 가독성은 원활한 독서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화자의 과대망상이 흐름에 뒤섞인다거나, 명확하지 않은 중의적 표현의 사용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뒤죽박죽 진행됩니다. 결국 결말부에 화자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추측만 가능할 정도로 불친절절한 흐름으로 마무리됩니다.
반면 이 소설의 '메시지'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자가 이 책에 더 많은 질문을 던질수록 가치 또한 확장될 수 있겠더군요. 아래의 문장은 이 책의 장점과 잘 이어지는 문장입니다.
'남녀 관계'를 빗대어 '남녀 차별'의 정곡을 찌르는 문장들은, 이 소설의 의도가 단순히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 이상임을 알 수 있게 합니다. (물론 이렇게 남녀관계에 대한 송곳 같은 메시지를 던지는 작가지만, 이 책의 판매를 위해 성적인 기호를 연상시키는 표지 사진에 공들이거나, 데이트 사이트에 매력적인 여성의 프로필 사진을 걸고 '나를 만나기 전 이 책을 읽으세요'라며 자신의 책을 광고했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