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생각이 너무 많아 - 남다른 아이와 세심한 엄마를 위한 심리 처방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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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남다른 아이와 세심한 엄마를 위한 심리 처방>이다. 부제에 끌려서 이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프랑스의 심리치료 전문가로, 주요 관심 분야는 '정신적 과잉 행동'과 '심리 조종'이라고 한다. 전작으로는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가 있는데 이 책을 먼저 읽고 나서 이 책을 보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전작은 읽지 못했는데, 이 책에 나온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건데, 전작은 정신적 과잉 행동을 보이는 아이 입장에서 쓴 책이고, 이 책은 부모가 정신적 과잉 행동인 자녀를 두었을 경우 어떻게 지도해야 좋을지를 다룬 책이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 이란?

저자는 흔히 자폐, 영재, 조숙, AD/HD 또는 재퍼(zapper)라고 정의되는 아이들을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라고 칭한다. 전자의 개념들이 아이에게 일명 '딱지 붙이기', 즉 낙인을 찍는 개념이라면,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는 개념이다. 조숙은 아이가 지적으로만 앞서 있고 감정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들어간 개념이고, 영재는 그 검사의 신뢰성이 극히 낮은 데 반면, 이 아이를 지도할 선생님에게 학습능력이 뛰어난 아이이니 성적이 나쁘면 그저 공부를 안한 것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주는 개념이라 좋지 않다는 것이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일반인에 비해 뇌가 극도로 민감한 사람들이다. 일반인과는 다른 구조로 사고를 하기 때문에 서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 이해하기가 어렵다. 저자는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일반인들의 사고방식을 '생각 열차'로 설명한다. 일반인들은 열차의 칸칸마다 생각을 넣고, 직선적으로 사고를 한다. 그들의 사고는 논리적 추론을 거쳐서 무사히 종착역까지 다다른다. 이 사고의 단점은 융합이 어렵다는 데 있다.

반면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은 관념들은 별 모양으로 퍼져 나가고 각기 다시 새로운 열 개의 관념으로 뻗어 나간다. 복합적으로, 융합적으로 사고하는데 그들은 천재적인 뇌를 가지고 있다.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들의 감각기관과 뇌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데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결과를 내는 데는 젬병이다.

저자가 이 둘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두 직원이 있는데, 한 직원은 일을 하나씩 처리해서 여섯 개의 업무를 마쳤다. 다른 직원은 열 건을 한꺼번에 들여다보면서 각각 70%씩 마무리를 했다. 사장 입장에서 누가 더 뛰어난 직원이라고 생각할까? 이렇기 때문에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많은 일들을 해내고, 뛰어난 학습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부모의 역할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저자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부모가 이런 정신적 과잉 행동을 보이는 자녀를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이런 자녀를 지도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가 첫째는 한계 설정과 둘째는 따뜻한 격려이다.

한계 설정은 아이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명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안 되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가령, 비유적으로 돌려 말하면 알아듣지 못한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복도에서 뛰는 사람이 어디 있니?' 이렇게 말하면 아이는 이해하지 못한다. '복도는 미끄러지기 쉬우니까 뛰면 위험하다'라는 식으로 풀어서 설명을 해줘야 하는 식이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있다는 것, 속내를 너무 투명하게 내비치면 안 된다는 것 등을 매우 섬세하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챕터는 내게도 큰 도움이 되었는데, 내가 알려주고 싶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던 개념들을 쉽게 풀이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한다.

거짓말. 거짓을 말하는 기술은 만 8세 전후에 습득되는 것으로 보인다. 거짓말도 인간들의 커뮤니케이션에 들어와 있는 일부분이다...중략...여러분의 아이에게 의도와 행위의 차이를 가르쳐 주자. 거짓말이라는 행위에도 긍정적인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중략...'위선'과 '인사치레'의 차이는 의도에 있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은 애 어른을 막론하고 사람이 지나치게 투명하다. 그들은 자기만의 비밀의 화원을 가꾸고 자신의 내밀한 부분을 보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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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격려는 이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이 비난받기 쉽다는 데에 있다. 위에 제시한 거짓말에서도 '지나치게 투명하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 틈 속에서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이 배워야 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제시했던 자폐, 조숙 등의 개념도 이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이 사회생활을 해내는 데 있어 부정적인 자기 인식을 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뇌의 활동 방식이 다른 것이라 고칠 수가 없는 것이고, 고쳐야 하는 질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위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저자는 정신적 과잉 활동성을 호의적이고 온화하게 받아주는 분위기에서 성장하는 사람은 외상 후 스트레스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온화한 곳이 아니기에 아이에게 명확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끔 커뮤니케이션하는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 기술 중 하나는 내게도 매우 유용한 것이었는데, 그중 하나를 소개한다.

같은 반에 달리기를 아주 잘하는 친구가 한 명 있다. 달리기만 했다 하면 일등은 그 친구 차지다. 그래서 "우와, 너 달리기 짱이다!"라고 감탄을 했다. 그 친구가 뭐라고 대꾸했으면 좋겠는가...중략



"아, 고마워! 맞아, 난 달리기가 좋아.! 그래서 가끔 연습을 해."



아이는 상대를 3자극하지 않고 공손하게 대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일단 칭찬을 들으면 '고마워'라는 말부터 꼭 하게끔 습관을 들여주자. 그다음에는 그 활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주 하게 됐다는 말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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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를 위한 섬세한 처방전

이 책은 정신적 과잉 활동인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내게도 매우 유익한 조언이 가득했던 책이었다. 어느 책에서 '안녕하세요/안녕히 가세요'에 담긴 의미를 풀어주겠는가? 이처럼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에 대한 교육법은 내게 언어 교육 특히 사회 규칙에 대한 교육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도움을 주었다. 특히 아이가 4살이 되면서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늘었는데,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끼리 서로 장난감을 뺏는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했다. 내 아이의 경우 힘이 그렇게 센 편이 아니라서 장난감을 뺏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렇게 되면 양쪽 부모가 서로 난처한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만 5세 이상의 아동이라면 필히 '자기 주장'하는 법을 가르치라고 조언하면서 이 갈등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아이가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 아니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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