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행성 보고서 큰숲동화 9
유승희 지음, 윤봉선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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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한테 갖다주고 와. 어떻게 가는지 알지?"


거실에서 이모와 통화를 마친 엄마.

약 30분.

엄마는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었다.

잠시후.

문 안쪽의 Gasket이, 퍽 소리를 내며 부딪힌다.

쇳소리가 탁 소리를 내며, 식탁에게 똑바로 버티라고 훈수를 둔다.

김치통으로 추측된다.

샥샥.

톱으로 각목을 왔다갔다하며, 자르는 소리.

식탁에서 그럴리는 없고-_-;

밑반찬이나 김치겠지?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와 주방으로 갔다.

분홍색 보자기로 둘러싼, 둥그런 물체.

뭐냐고 물어보자, 갖다주기나 하라는.

핀잔 & 절단의 일갈-_-;

초밥에 숨겨진 와사비처럼, 매복했다가 급습하는 쓰라린 햇살.

짐을 들고, Bus 정류장으로 어슬렁어슬렁.

전진, 후진을 반복하는 인파.

양 어깨를 좌우로 돌리며, 접촉을 피해 이동했다.

성복동 이모네 가려면, 5번 마을 Bus 타야 하는데.

안내 표시판이 없다.

11번, 15번 마을 Bus가 대기 중.

기사 아저씨가 Bus를 세워놓고 흡연중.

여쭤봐야겠다.

담배를 꺼서, 꽁초를 쓰레기통에 넣고.

11번 Bus에 올라타시려는 기사 아저씨.

5번 Bus가 여기 서냐고, 여쭈려는데.

기사 아저씨의 Sunglasses에 나타난.

이매방 선생님의 승무처럼, 펄럭펄럭 움직이다가.

멈출듯도 하다가, 스르르 아래로 말려드는 허연 물체.

내 모습이다.

귀를 덮은 구렛나루.

벌초를 마친 무덤처럼, 듬성듬성 휘날린 수염.

썩어가는 감자의 속살처럼, 어두운 고동빛 얼굴.

기사 아저씨의 입에서 스며나오는, 담배연기.

내 모습에 넋을 잃고, 지리멸렬.

시선을 마주칠 수 없다.

창피해라. 이런 몰골이다니.

뭐라 답을 하셨지만, 들리지 않았다.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고개를 숙였고.

5번 Bus가 정류장에 들어오자, 뛰어가서 탑승했다.

이런 모습으로 살았다니.

맑은 거울을 보면 뭐하겠나.

멋과 우아를 찾아 헤맸는데, 정확히 나를 파악 못했구나.

하.....

잠이 들어서, 창피함을 돌돌 말아.

창밖으로 던져 버렸음 좋겠다.

창피함을 안겨주지만, 정확한 내 모습을 알려준 Sunglasses처럼.

"지구 행성 보고서"는  인간의 내면을, Comic하게 꾸짖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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