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함께한 복음서 여행 - 내 깊은 갈망의 답을 찾아서
데이비드 그레고리 지음, 최종훈 옮김 / 포이에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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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원을 왜 줬겠어? 2개 사오라고 준거 아냐."


어쩐지.

바지 주머니에, 왜 2천원이 있었을까?

출처를 생각하며, 집에 왔는데.

고깃집의 모락모락 피워나와 사라지는 연기처럼.

엄마의 지시 사항은, 두뇌 밖으로 파르르 날라가버렸다.

아침 겸 점심을, 떡과 라면으로 먹자는데.

약식이 먹고 싶은지라, 아침에 떡집에 들러서.

있으면 2 pack을 사오라는 사항.

(없으면 콩설기, 인절미-_-)

할머니가 초등학교 때, 딱 한번 해주셨고.

어디서도 제대로 만든 약식을, 먹어보지 못했다.

새까맣고, 달고, 윤기도 없고.. 고명도 빈약하고..

또다른 기억은.

KBS Drama "용의 눈물" 중.

이방원(유동근 역)의 아내 원경왕후(최명길 역)가,

시아버지 태조 이성계(김무생 역)에게 약식을 드리려 갔는데.

이성계가 진노하며, 약식을 집어던지는 장면이 있다.

보자기에 쌓인 약식은, 땅에 쏟아지고.

원경왕후는 눈물을 흘렸다.

약식이 참으로 아까웠다-_-;

그건 그렇고-_-;

엄마가 산책하다가.

집 근처 초등학교 건너편의, 작은 떡집을 찾았는데.

가게 내부가 깨끗하댄다. 

주변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고.

대량 주문을 많이 받는다 하니.

궁금해서 인절미를 사먹었는데.

달지가 않으니, 다른 떡도 궁금했던 엄마.

그렇잖아도 약식을 먹고 싶어했던 엄마에게.

초여름에 땅에서 솟아오르는 죽순처럼.

기대가 생겼다.

주인께 여쭤보니, 자주 나오지는 않고.

가끔 만든댄다.

떡집 앞을 오갈 때, 약식 있는지 확인하라며.

신신당부를 했던 엄마.

엄마 말이 생각나서.

오늘은 있을련지? 하며 떡집에 들렀다.

문 앞 매대에, 떡이 진열되어 있고.

주인께서 따님과 약식을 만들고 계신다!

툭하면 와서, 약식 있냐고 여쭈었으니.

이젠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약식 조금 있으면 나와요."


하시며, 약식 위에 고명을 올린다.

밤, 대추, 완두콩, 잣.

마무리는 오른손바닥에 들기름을 듬뿍 부어서.

그 위에 펴바른다.

네모 모양을 내어, styrofoam 용기에 담고.

포장wrap를 길게 빼서, 위를 덮는다.

검은색 비닐봉지에 넣어, 집에 도착하니.

엄마의 지시 사항을, 이제야 기억하....

-_-;;;

잔소리가 예상보다, 빨리 끝나고;

엄마는 신문지 1장을, 방바닥에 깔았다.

비닐 봉지에서 약식을 꺼내, 신문지 위에 놓았다.

간장에 졸여진 찹쌀밥.

소나무 속살처럼, 매끈하고 우아한 갈색.

멀미를 앓아 흐트러진 대추.

Bumblebee처럼 씩씩하고 싶은, 노란 잣 두알.

Green Goblin의 폭탄처럼.

단단하고 야무진, 초록빛의 완두콩.

반으로 자른, 억새풀 색의 밤.

젓가락으로 하나씩 집어 오므려서.

입에 쏙.

Lotto 당첨이, 덜 부러워진다-_-ㅎ

짭짤함, 고소함, 구수함, 달콤함, 진득함.

맛이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고 배려한다.

Utopia를 세우려면, 약식에서 배워야 겠구나!

다음부턴 2개 사와야지-_-;

서로를 존중해주는 맛을 지닌 약식처럼.

"예수와 함께한 복음서 여행"은, 복음서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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