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는 소설 1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김희용 옮김 / 민음사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파란 하늘, 주황색 태양, 하얀색 구름.
토요일 아침.
밥 해먹기 싫다며, 나가자는 엄마.
먹고 싶은건 없지만.
날씨가 좋으니, 돌아다니다 보면 있겠지.
Bus 정류장 도착 알림 전광판을 보니, 곧 도착한다.
Bus의 Tire는, Break와 Curling 한판.
과연 정거장에, 얼마나 근접할지.
서 있는 우리 앞에, 바로 도착!
문이 열리고, Tire가 숨을 헥헥거리며.
먼지를 엄마에게 뿜어댔다.
인상을 쓰며, 입을 오므리고 타는 엄마.

"두 명이요."

기사 아저씨는 흰색 장갑을 낀,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button을 삑삑 누른다.

"다인승입니다."

2,500이 감았던 눈을 뜬다.
인간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다시 눈을 감아버린다.
자리를 잡아 앉으려는데.
기사 아저씨가, 엄마를 부른다.
안 찍고 지나갔으니, 다시 찍으라며.
아닌데? 분명히 소리 났는데?
다시 찍고, 자리에 앉았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다가 덮었다.
가을이 여름에게 견습을 받으며.
하늘과 땅을 하나씩, 문지르고 살피는 중이다.
놓치면 안되지.
15분 후. 목표지에 거의 도착.
엄마가 교통Card를 단말기에 갖다댔는데.
단말기가 그새 쌍꺼풀 수술을 했다.
5,000??????????

"아니 아저씨. 아까 2명 찍었잖아요. 삐 소리 났는데, 왜 또 찍어요?"

엄마의 목과 얼굴은 빨강.
-_-;;;;;;;; 
기사 아저씨는, 어떻게 5천원이 나오냐며.
밭에서 캐낸 흙감자빛으로, 얼굴을 물들였다.
각자 찍으시라??
대부분 각자 찍지만, 언제나 그러나??
승객들이 앞쪽을 지켜봤다.
기사 아저씨가, 두번 찍었구나.
그러니 5,000이 나오지.
다인승이라는 message가 나오면 맞는데.
그걸 못 들으셨는지, 한번 더 찍으셨구나.
그러면 하차시, 교통card를 안 찍은 상황으로 정리되고.
2명으로 다시 찍었다라...
요금이 강남 갈 기세-_-;
기사 아저씨는 button을 연이어 눌렀다.
100원짜리 동전 25개가 미끄럼틀을 타고, Bus요금함을 나왔다.
동전을 챙겨서, 지갑에 넣은 엄마.
둘이 타면 꼭 이렇다며, 툴툴대고 내리는 엄마.
우리에게 욕 많이 하겠구나.
엄마가 자주 타는 Bus인데.
걱정+짜증이 두뇌에 철퍼덕 눕는다.
이때.
뒤편 상가로 연결된, 나무 계단 위에.
연둣빛의 길쭉한 물체가 날아오르더니.
앞쪽으로 두발자국 정도의, 계단 위에 착지했다.
방아깨비!
빨대 끝을 가위로 잘라 들어올린듯.
날개를 좌우 약 80도로 펼친후, 위아래로 펄럭인다.
갈색으로 물들진 않았네.
풋마늘처럼 단단한, 초록빛의 길쭉한 뒷다리는.
수맥을 찾는 L-Rod처럼, 곧게 세웠다.
황금빛 벼 낱알을 꼬운 듯, 오돌도돌하고 바짝 세운 더듬이.
움직이지 않는, 볶은참깨 크기의 caramel빛 눈.
MBC 사장이었던, 김재철 씨의 안경이 생각나는구나-_-;
엄마가 정거장에서 씩씩거리는 사이.
다리를 굽혀 쪼그린 후, 오른손을 오그려 피고.
방아깨비에게 다가갔다.
거기 가만히 있어봐. 잠깐 보고 놔줄게.
여긴 차가 많아서 위험하니까, 풀숲에 놔줄게.
몇년만에 널 보는지 모른단다.
마음을 알아줬음 좋겠는데.
방아깨비는 계단 옆 소나무 밑으로, 날라가버렸다.
쩝...
그사이 엄마는, 빨리 가자며 재촉했고.
엄마를 따라 가면서, 풀숲을 계속 뒤돌아봤다.
땅위에서 인간들도, 짜증과 분노로 고통스러운데.
온갖 사냥꾼들이 판치는 풀숲에서 버티니.
방아깨비가 얼마나 힘들지.
다시 못 보겠지만..
잘 살아야 돼!
오랜만에 나타나, 잠깐의 여유를 선물해준 방아깨비처럼.
"결혼이라는 소설"은 청춘들의 삶을 통해 희망을 주는, 오랜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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