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으. 입이 깔깔해 죽것네."
머리를 감고, 부채를 좌우로 펄럭여서 말리고 있는데.
엄마가 뾰루퉁한 표정으로, 방에 들어왔다.
날이 더우니, 맨날 먹는 밥은 싫고.
외식하자니, 위생이 걱정된다며 못 먹겠다니.
마땅한 반찬도 없고.
-_-;;;;;;;;;;;;;;;;;;;;;;
부엌으로 다시 나간 엄마.
냉장고 문을 연다.
고개를 숙여서, 칸 안을 살펴본다.
눈동자를 깜박이지 않고, 양손을 뻗는다.
반찬통과 채소를 하나씩 꺼내서, 식탁에 놓는다.
칸 안쪽에 있는, 동그란 용기.
복숭아 속살처럼. 살색의 말간 국물.
새우젓.
각설이처럼, 올해도 돌아왔구나.
백색 분필, Nivea Cream보다 더 뽀얗고.
바닷속 유행을 이끄는, Celebrity가 되고파서.
매화의 꽃잎처럼, 머리와 배를 분홍색으로 염색했다.
생전 처음 보는 그물에 사로잡혔지만.
바다로 되돌아간다는 희망을 안았던 새우.
포근해 보이는 소금을, 베개 삼아 끌어안고 잠을 청했는데.
육신이 분리되니, 얼마나 원통한가.
눈물은 살과 으스러져, 젓국이 되고.
엄마는 수저로 새우젓을 꺼내서, 다른 유리 용기에 담는다.
나무 도마를 물로 씻고,
풋고추 2~3개를 놓은 후.
0.3mm 정도의 두께로.
과도 날을 날려, 목을 벤다.
칼로 한군데로 모아, 새우젓 위에 올리고.
식초를 뿌린 후, 다진 마늘을 듬뿍 올린다.
왼손으로 용기 전체를 둘러잡고.
숟가락이 쥐어진 오른손으로, 새우젓과 채소들을 휘젓는다.
숟가락을 톡톡 두들겨서, 남은 건더기를 덜어낸 후.
뚜겅을 닫아, 냉장고에 1시간 정도 놔둔다.
더 놔둘 필요는 그다지...-_-
식사 전에, 냉장고에서 꺼내어 먹는다.
찬밥이든, 물을 말은 밥이든.
갓 지은 밥이든.
밥이면 다 좋다!
(될 수 있으면, 쌀밥이..ㅎ)
통통한 새우 몇마리, 쫑쫑 썰은 고추를 젓가락으로 집고.
밥 위에 올린 후, 숟가락을 입에 넣으면.
무더운 여름을 혹독히 보낸, 새우와 고추 양념의 눈물어린 삶이.
입천장과 혓바닥에 흩뿌려져 영사된다.
여름이 떠날 때까지, 새우젓 무침의 입안 상영이 계속 되겠구나!
외식은 잠시 Byebye!!
여름의 입맛을 잃지 않게 도와 주는, 새우젓 무침처럼.
"4월이 되면 그녀는"은 인간의 사랑과 상상력을, 무너지지 않게 도와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