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프라우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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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상영의 영화를 관람하려는데.

1시간이 남았다.

끝나면 10시.

저녁을 먹기에는 늦다.

먹을 곳도 없다.

요기를 해야, 집에 가서 밥 한술 먹을텐데.

영화관 옆 건물의, EMart로 이동했다.

식당가에 먹을 게 있을까?

돈 내고 먹기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_-;

Cup라면이 좋겠다.

싸고 위생적이니.

진라면 순한맛을, 750원에 구입했다.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하나 챙겼다.

뚜껑을 열고, 분말soup의 껍질을 벗겨서.

라면 위에 뿌리고, 뚜껑을 닫은 후.

좌우상하로 흔들었다.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서, 뚜껑을 닫았다.

식당가 구석에, 빈 자리가 있다.

가방을 의자에 놓고, cup라면을 식탁 위에 놓았다.

저녁 시간이라, 가족 손님들이 많다.

쩝쩝 탁탁 틱틱 톡톡 툭툭 쪽쪽.

뱃속 장기에, 영양소를 집어넣는 소리들.

어떤 선풍기보다, 매장 안을 빠르게 회전하며.

정신을 확확 뜯어 삼키는, 아이들의 울음.

머리와 심장으로, 아이들의 울음을 받아내며.

한숨, 두통, 분노에.

온몸이 포획된 엄마들.

태양의 폭발보다 14458584223541배 강할 Energy를.

라면 먹는 동안 버텨낼 수 있을지.

두렵다.

면이 덜 익었지만, 얼른 먹어야지.

뚜껑을 열고, 국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 후.

젓가락으로 면을 건지려는데.

왼쪽 식탁에, 노부부가 앉았다.

잡탕밥을 주문하셨구나.

회색 양말을 신은 양발을, 신발 밖으로 빼내셨다.

할머니가 챙겨서 건네주는, 수저를 들으신 할아버지.

왼손바닥을 펼쳐서, 할머니를 가리키더니.


"많이 먹어요."


이럴 수가.

식사를 하는 노부부 중.

많이 먹으라며, 인사를 하는 건 처음 본다.

눈꺼플이 깜빡이기 시작하고.

두뇌는 눈동자에게, 이 노부부를 잘 관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눈동자를 사선으로 두고, 라면을 입에 넣으면서.

노부부를 봤다.

식사 시작.

한 숟가락을 입에 넣으신, 할아버지.

미소를 지으시며, 왼손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할머니와 시선을 주고 받으며.

화약고의 식당가에, 소복히 내려앉은 설레임. 

할머니는 웃으면서, 물cup에 숟가락을 넣으시더니.

밥 위에 뿌리고, 비빈다.

엥????? 까만 물?

물cup에??

간장을 저기에 담아오셨나??

-_-;;;;

노부부의 식사는, 엉뚱한 호기심을 남기며 마무리됐다.

사방팔방 폭탄이 터질 듯한 식당가에서.

라면 먹을 동안이라도, 버티게 해준.

할아버지의 정.

cup라면만 먹었는데도, 배가 부르다.

이제 영화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야지!

변치 않는 사랑을, 사부작사부작.

자근자근 표현하는 할아버지처럼.

"하우스파르우"는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여성의 몸부림을.

사부작사부작, 자근자근 표현해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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