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명작소설 1~2 세트 - 전2권 한국문학을 권하다
이인직 외 지음 / 애플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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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

초저녁의 배고픔이, 기름이 뿌려진 철판 위의 호떡을 누르듯.

뱃속 위에서 아래로 눌러 내려간다.

무엇으로.

배고픔을 몸 밖으로 내보내야 할까?

라면? 끓인 밥과 김치?

옷을 갈아입고, 지갑 안을 펼쳐봤다.

천원 한장.

size 작은 cup라면이 해결책인가?

집을 나와서 걷다가. 

빵집 앞을 지났다.

그래. 그거라면 좋겠다.

매장 안.

갈색의 빵들이, 마취되어서 비닐봉지에 담겨 있다.

주황빛을 채운 매장과 반대로.

영화 "중경삼림"에서.

배우 왕페이(王菲)씨가 양조위를 기다리며, 일하던 음식점처럼.

푸른색과 흰색이 칠해진 주방에서, 빵을 만들던 아저씨.

주방에서 나와서, 어서 오시라고 인사를 한다.

아저씨의 시선을 받으며, 몸을 왼쪽으로 돌린다.

계산대 옆에 놓여진, 꽈배기들.

봉지에 3개씩 들어있고, 천원.

이거로구나.

천원 지폐를 드리고, 꽈배기를 집어서 가게를 나왔다.

고개가 앞으로 꺾여서 붙여진 봉투 끝을, 오른손으로 잡아 뜯었다.

왼손으로 3개의 꽈배기 중, 가운데 꽈배기를 잡아서.

봉지 밖으로 튀어나오게 밀어낸다.

죽순처럼 원뿔형이지만, 끝은 배배 꼬인 꽈배기.

Pirouette을 몇번이나 했을까?

실내 암벽 등반장에 붙은, Climbing Holds처럼.

설탕 알갱이가 더덕더덕 붙어 있고.

ruby보다 더 반짝이는 계피가루가, 위에서 밑으로 간간히 붙어 있다.

물로 입을 헹구고, 한 입 베어 문다.

왜군 적장을 끌어안고, 진주 남강에 뛰어들은 논개처럼.

설탕은 자신의 명예를 지키려, 알갱이 끝을 바싹 곤두세워서.

입술과 혓바닥을 찌르고.

계피가루는 잔뜩 쌓인 stress에 못 이겨.

입안에서 꽥꽥 소리를 지르며, 매운 땀을 풍긴다.

빵 사이 구멍에서는, 언제라도 출동할 119 구급대원처럼.

cream이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침과 28개 치아들은, 꽈배기를 반죽해야 하는.

'특근' 연장 근무를 시작했다.

배고픔이 몸 밖을, 전부 빠져나가지는 못했지만.

뜨겁고 매운 라면보다는.

진하고 달달해서, 대장이 모처럼 편안하겠다.

"한국 명작소설 1, 2권"은 꽈배기처럼.

주옥 같은 명작 소설들을, 달콤하고 밍숭맹숭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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