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오십, 마지막 수업 준비 - 돈과 집, 몸과 삶에 관한 15개의 지침들
이케가야 유지 외 17인 지음, 문예춘추(文藝春秋) 엮음, 한혜정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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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선 잠실역.

짧은 Sports형 머리에, 하얀 피부를 지닌 남자가 탑승했다.

문 바로 오른쪽 옆 자리를, 앉으려 하는데.

다른 남자가, 먼저 앉았다.


"제가 먼저 앉으려 했는데요?"


머리가 짧은 남자가 말하자, 앉아 있던 남자가 한 번 쳐다보더니.

자리를 양보했다.

남자는 입고 있던 검은색 Jumper를, 바닥에 집어던졌다.

주머니에서 Smartphone를 꺼낸 후, 차수경의 "용서 못해" 노래를 큰 소리로 확대해 듣는다.

(Drama "아내의 유혹" OST)

출입문 근처에 서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과녁을 조준하는 화살처럼.

날선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아줌마 두 명은 쳐다보다가, jumper를 그에게 건네 주었다.


"아니 왜 땅바닥에 옷을 팽개쳐요."


그 남자 앞에 서 있던, 모자와 배낭을 맨 남자.

아줌마들이 건네준 jumper를, 오른손으로 받아 든다.

가락시장역에 도착하기 전.

남자가 일어서서, 출입문을 향해 간다.

도중에 멈추더니, 내 오른쪽 옆에 앉은 여자에게.

찹쌀가루를 묻힌 것처럼, 하얀 살결의 얼굴을 들이인다.

여자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가락시장역에 도착하자, 남자가 내리고.

그 뒤를 jumper 든 아저씨가, 따라 내렸다.

기약 없고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정확하게 때를 맞춰서 도착하는 열차처럼.

좋은 일이 다시 올 거라는 믿음을 갖고.

(추측이다-_-; 아저씨를 한참 동안 바라봤으니;)

"벌써 오십, 마지막 수업 준비"는 잠실역의 그 순간처럼.

언젠가 정확한 시간에 맞춰서 다가올.

중년 이후의 삶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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