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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슈퍼앱 전쟁 - 디지털 경제의 판을 흔드는 거대한 시장
고영경 지음 / 페이지2(page2) / 2021년 10월
평점 :
아세안 슈퍼앱 전쟁
(삼프로TV에서 우연히 말레시아에서 경영학 교수로 활동하시는 고영경박사님 방송을 보면서 아세안의 기업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고영경 박사의 말랑말랑 기업사>에서 글로벌 기업의 역사를 너무 재미있게 이야기해서 빠져 들었다. 기업의 역사가 식민지시대와 함께 오히려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비누 생산을 시작하면서 생산물을 식민지에서 착취하면서 국제경영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동남아 라고 하면 한번도 여행을 가본 적은 없지만 소득수준도 낮으면서 주거나 교통도 낙후된 지역이라서 경제 규모가 작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세안은 단일 시장으로 전체 인구는 6억 7000만 명으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3위다. 아세안 전체 GDP 규모는 3조 80억 달러로 세계 5위규모다. 그리고 아세안 인구의 41%가 13~37세에 해당하는 만큼 아세안 시장은 매우 젊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진출하고 있다. 이 책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한 아세안 지역에서 작은 스타트 기업에서 출발해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이기고 확장시켜 나가는지 생생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점차 보급되면서 현지인들의 불편한 생활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작한 작은 앱들이 소비자들에게 편리함을 주면서 어떻게 슈퍼앱으로 성장 할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책이다.)
파라그 카나는 저서 <아시아가 바꿀 미래>를 통해 19세기 유럽화, 20세기 미국화, 21세기는 아시아화 라고 주장했다.
아세안 디지털 경제를 이끄는 주역들은 바로 그랩과 고젝, SEA,라인, 그리고 VNG 다섯 개의 유니콘 기업, 즉 슈퍼앱5 이다. 이들은 동남아 지역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가장 밀착된 서비스를 편리하게 그리고 1개의 아이디로 여러 서비스와 기능을 필요한 대로 쓸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들을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슈퍼앱이라 부른다.
아세안 시장은 엄청난 인구, 낮은 금융서비스 이용률, 높은 모바일 인터넷 이용률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과거 중국 시장 환경과 매우 유사하다. 중국에서는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을 사용할 수 없지만 동남아는 그렇지 않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진출해 소셜미디어와 메신저, 검색시장을 장악했다. 동남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검색엔진은 구글이고, 인스타그램 유저도 수억 명이다.
슈퍼앱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하나의 플랫폼에서 운영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동남아를 집어삼킨 슈퍼앱, 그랩
그랩의 창업자들은 동남아 출신 엘리트들이었고, 그들은 현지인들이 필요로 하고 기대하는 바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우버와 그랩이 갈린 지점은 현지화와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현장 경험이었다. 그랩은 새로운 지역에 진출할 때마다 깊숙하게 파고드는 현지화 그 이상을 추구했다. 이것이 바로 하이퍼 로컬리제이션 전략이다.
인도네시아 공룡, 고젝에서 고투그룹으로
2015년 1월 드디어 고젝앱이 세상에 출시되었다. 서비스의 바탕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꾼 것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고젝은 서비스 지역을 인도네시아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빠르게 확장시켜나갔다. 2014년에 우버이츠가 등장했고, 2015년에 한국에서 배달의 민족 거래액이 전년 대비 58% 증가한 1조 원을 돌파했다. 고푸드의 경쟁력은 최저 주문 금액이 없다는 것이다. 고젝이 론칭한 서비스 중에서 인도네시아인들과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독특한 서비스는 바로 고마사지다. 2021년 고젝과 이커머스 유니콘 토코페디아가 공식적으로 합병을 발표했다. 두 회사의 앞 글자를 따 고투 그룹으로 명명했다.
아세안 최대 기업, SEA
SEA의 출발은 200년 중후반 싱가포르 게임회사 GG게임과 온라인 게임 포털 가레나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레나가 빠르게 시장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저들이 좋아 할만한 게임, 즉 콘텐츠 자체 경쟁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가레나 플러스라는 플랫폼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가레나를 유니콘 반열에 올려놓은 포레스트 리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노리며 이커머스 시장에 눈독을 들였다. 그렇게 2015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쇼피가 싱가포르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쇼피는 거대 이커머스 업체들이 파고들지 못한 지점을 파악하며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첫 번째 전략은 모바일 최적화다. 두 번째 전략은 프로모션과 셀러 지원이다. 세 번째 전략은 철저하고 깊숙한 현지화, 즉 하이퍼 로컬리제이션이다. 네 번째 전략은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을 통한 고객 참여와 록인이다.
슈퍼앱 5가 공통적을 갖고 있는 영역은 디지털 결제 부문이다. 모든 온디맨드 서비스는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돈을 지불해야만 실제 매출이 일어나고 사업이 유지된다. 고객을 얼마나 편리하게 그 단계까지 끌어와 최종 결제 버튼을 클릭하게 만드는가가 중요하다. 동남아 소비자들의 페인 포인트는 바로 결제 수단이다. 따라서 슈퍼앱들은 결제 수단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슈퍼앱의 또 다른 경쟁 영역은 딜리버리 부문이다. 음식 배달뿐 아니라 장보기, 라이더들을 이용한 퀵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딜리버리를 단순히 음식 배달이나 서류 퀵서비스에 국한해 바라보는 시각은 근시안적이다. 동남아의 물류 시스템은 아직 효율적이지 않아 팬데믹으로 폭발한 이커머스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토바이가 대중적인 동남아에서 배달 라이더를 구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라스트마일 물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 문제다. 전국적으로 촘촘한 네트워크를 가진 사업자가 1순위 딜리버리 사업자가 될 것이다.
이커머스는 디지털 결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자치한다. 이커머스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커머스를 어떻게든 키우려 노력하고 있는 이유도, 쿠팡이 이 두 기업보다 기업가치가 높은 이유도 전자상거래가 갖는 비중과 중요성 때문이다. 동남아 이커머스는 한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그 성장 여력이 휠씬 더 많이 남아 있다.
슈퍼앱의 수직적·수평적 확장은 돌이킬수 없는 흐름이고, 플랫폼의 본질이다. 따라서 한 기업의 투자자가 경쟁사와 파트너사에도 지분을 갖고 있는 이 복잡한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다층적인 구조를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동남아 금융 서비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데이터다. 슈퍼앱들은 선불충전금에 만족하지 않고, 금융만을 전담하는 자회사를 별도로 두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며 금융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동남아 금융 섹터가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금융 섹터에서 슈퍼앱 2차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슈퍼앱이 동남아 금융의 게임체인저일까? 답은 동남아 금융 환경의 특수성과 금융업이 본질적으로 허가와 규제 대상이라는 산업 특성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