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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비들 이야기 ㅣ 호그와트 라이브러리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음유시인 비들은 해리 포터가 살고 있는 마법 세계의 그림 형제나 안데르센 같은 인물로서 이 책은 비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실린 동화 다섯 편은 일반 동화집에 실려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어린이들이 재미나게 읽을 정도의 동화적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물론 어른들이 읽기엔 다소 단조로운 감이 있긴 하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의 팬의 입장에서 읽는다면 아기자기하게 읽힌다. 특히 동화의 마지막마다 알버스 덤블도어 호그와트 교장의 해설이 실려 있는 점이 더욱 팬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아이들 동화에 맞는 수준의 풀이라 그런지 덤블도어가 지니고 있을 법한 깊은 지식을 엿보기란 쉽지 않다. 물론 덤블도어 교장의 순수하고 청렴한 성격을 생각한다면 아이들 수준으로 낮춘 해설이 어울리긴 하다만.
대부분의 동화는 어느 정도 마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백조로 변한 오빠들을 저주에서 풀어주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말하지 않고 쐐기풀로 옷을 만드는 공주, 물레의 바늘에 찔려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잠에 빠진 공주, 집 주인인 곰 형제들이 집을 비운 틈에 몰래 들어가 음식을 훔쳐먹고 물건을 망가뜨리고 막내 곰의 침대에서 잠든 소녀, 일곱 명의 난쟁이들과 함께 살다가 독사과를 먹고 죽었었으나 왕자의 키스로 되살아난 공주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동화가 아니라 모든 동화가 마법적인 요소를 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유시인 비들은 해리 포터 세계의 인물이었으니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마법을 부릴 줄 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마법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넘어야 하는 역경이 되기도 한다.
<마법사와 깡충깡충 냄비>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생전에 냄비와 마법을 이용해 사람들을 도왔다. 그러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아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본 체 만 체 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겪는 괴로움을 그대로 표현해내는 냄비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결국 자신의 고난을 없애기 위해 마법을 부려 사람들의 괴로움을 없애주고 나서야 냄비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엄청난 행운의 샘>에서는 행운의 샘으로 떠난 마녀 세 사람이 모험 도중에 자신들의 걱정거리를 해결하게 되면서 어쩌다 함께 가게 된 머글 기사에게 그 행운을 양보하게 된다. 그런데 샘은 아무런 행운도 주지 않고 마법도 부리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샘까지 가는 과정에 마법으로 만들어진 고난이 있었을 뿐인데, 이들은 그들 자신의 선량함과 노력으로 행운을 만들어낸 셈이 된다.
<마술사의 털난 심장>은 사람을 사랑하기를 거부하여 자신의 심장을 몰래 빼어둔 마술사가 등장한다. 그는 호화로운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았으나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화가 나 아름답고 능력이 있으며 부유한 아내를 얻기로 다짐한다. 그리고 운 좋게도 바로 그런 여인을 발견하여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여인의 간청에 따라 빼두었던 심장을 다시 빈 가슴에 집어넣는다. 그러나 밖에 나가 있던 심장은 이상하게 변해버려 마술사에게 사악한 생각을 불어넣었다. 마술사는 여인의 심장을 꺼내어 자신의 것과 바꾸려 했으나 털난 심장이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자 칼로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어 죽는다.
<배비티 래비티와 깔깔 웃는 그루터기>는 혼자만 마법을 쓰고 싶어한 왕이 백성의 마법을 금지하고 사기꾼을 마법 선생으로 초빙하는 이야기이다. 사기꾼은 입 발린 거짓말로 왕에게서 금은보화를 뜯어내며 속임수로 왕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척한다. 그 모습을 본 왕궁의 세탁부 배비티 노파가 웃자 왕은 신하들 앞에서 마법을 선보이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사기꾼은 노파에게 왕이 마법을 부리려 하면 때맞춰 마법을 부리라고 협박한다. 처음엔 잘 되어가는가 싶었으나 신하 하나가 죽은 개를 살려 달라고 하자 마법은 이뤄지지 않는다. 사기꾼은 숨어 있던 노파 때문이라고 하고, 사람들은 노파를 잡으러 달려간다. 노파가 있던 자리에는 나무가 있었는데 겁이 난 사기꾼은 나무를 베어내게 만든다. 그러나 나무 그루터기에서 노파의 목소리가 들리고, 사기꾼은 자기 죄를 털어놓는다. 노파가 왕국에 저주를 내리자 왕은 무릎을 굻고 자신의 죄를 반성한다.
다섯 번째는 <삼 형제 이야기>로 삼 형제가 죽음과 만나 죽음에게 마법의 물건을 받게 되는 이야기이다. 첫째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 지팡이를, 둘째는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는 능력을 달라고 하여 그런 능력을 지닌 돌멩이를, 셋째는 죽음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투명 망토를 받는다. 마법 지팡이를 받은 첫째는 자신이 얻은 지팡이를 자랑하고는 술에 취해 자다가 다른 마법사에게 죽임을 당하고 지팡이를 빼앗긴다. 둘째는 좋아했으나 이미 죽어버린 아가씨를 되살리지만, 되살아난 아가씨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더욱 고통스러워진 둘째는 아가씨를 따라 목숨을 끊고 만다. 셋째는 투명 망토를 이용해 죽음을 피해다니다가 훗날 나이가 무척 많이 먹었을 때 아들에게 자신의 망토를 물려주고 조용히 죽음을 맞는다.
해리 포터 세계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우리 '머글'들이 읽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재미있고 교훈적인 이야기들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안데르센이나 그림 형제의 동화책을 읽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읽어도 재미있는 이야기라 동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선택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해리 포터의 세계가 궁금해지게 될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