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츠바랑! 13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동생은 이 작가의 전편 <아즈망가대왕> 시리즈를 즐겨 보았다. 난 좋아하지 않았는데, 별 시덥잖은 소리만 늘어놓는 허무개그가 내게는 영 맞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 작품이 막을 내리고 작가가 새로운 작품 <요츠바랑>을 들고 나타났다. 동생은 잽싸게 신작을 사들고 왔으나, 너무 잔잔한 내용 탓인지 곧 흥미를 잃었다. 반대로 나는 너무나 행복해하며 보았고 <요츠바랑 1>은 내 소유가 되었다. 이후 나는 이 시리즈를 모으기 시작했고 13권에 이르렀다.


우울할 때 읽으면 행복해지는 책이 있다. <빨강머리 앤> 시리즈가 그렇고, <요츠바랑>이 그렇다. 둘 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주축이 되는 작품들이다. 설거지를 해야 하고 장을 봐야 하고 요리도 해야 하고 시험따위 때문에 고민하기도 한다. 우리가 늘 겪는 일들이다. 두 작품 속 주인공들은 그 일상 속에서 사소한 즐거움을 찾아 누리며 거기서 행복을 만들어낸다. 요츠바는 다섯 살이라 세상 많은 것들이 즐거울 나이이긴 하지만, 우리 모두 그 나이였던 적이 있었고, 그 나이에도 나름의 고민과 사정이 있으니 꼬마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 두 작품은 행복이 엄청난 성공이나 커다란 물질적 보상,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모험에서 비롯되지 않음을 보여 준다. 그러면서도 객관적으로 그리 심각한 문제를 맞닥뜨리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과 그들이 사는 환경은 때때로 우리가 얻지 못해 갈구하는 여유와 평온함, 사랑 등을 대리만족시켜 줌으로써 치유의 기적을 발휘한다.

 

 

 

 

 

 

 

 

 

이번 13권에서는 요츠바의 할머니가 등장한다. 내게도 어린 조카가 생겨서 그런지 할머니와 손녀의 관계가 남다르게 보인다. 하지만 손녀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며 물고 빨고 얼러대는 우리 엄마와 달리 요츠바의 할머니는 직설적이고, 음 뭐랄까, 다리 하나 건너 가까운 사이인 느낌이긴 하다. 물론 내 조카는 아직 두 돌도 안 된 아기고 요츠바는 또랑또랑한 다섯 살 꼬마지만. 할머니가 요츠바를 아끼는 마음이 엿보이긴 하는데, 그게 할머니 성격 탓인 것도 같고 한편으론 요츠바가 친손녀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자신의 아이도 아닌 애를 기르는 (아마도) 노총각 아들. 할머니는 어떤 마음으로 아들과 이 별난 여자아이를 바라보는 것일지 무척 궁금하다. 그리고 그런 묘한 관계의 아들과 손녀를 자기 나름대로의 사랑으로 포용해 주는 것이 굉장히 보기 좋다. 그저 자기 핏줄에 대한 이기적인 사랑이 아닌 더 넓은 대상으로 한 대승적인 사랑 같달까?

 

 

 

 

 

 

 

 

보면 볼수록 웃음 짓게 하고 사랑스러운 요츠바이지만, 내가 요츠바의 옆집에 사는 입장이라면 정말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츠바는 세 자매가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옆집을 자기네 집처럼 아침저녁으로 드나든다. 세 자매 중 둘째 후카와 막내 에나는 요츠바의 놀이에 거의 매일같이 참여해 놀아준다. 보통 인내심과 보통 체력으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후카네 식구들은 존경스럽다. 아마 실제로는 결코 존재하지 않을 사람들이겠지? 특히,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교육 받는 일본 아이들에게 요츠바처럼 옆집에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넉살 좋은 일은 더더욱 없을 듯하다.

만화책만으로도 애를 본다는 게 얼마나 힘들지 덜덜 떨려 역시 애는 없는 게 낫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굳이 애가 있어야 한다면 요츠바 같은 아이였으면 좋겠다. 우리 조카가 또랑또랑 문장을 만들어 말을 하게 될 네다섯 살쯤이 되면 요츠바 같은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크윽~~~ 청소가 하기 싫다는 요츠바 말에 100% 공감. 청소는 정말 귀찮다 -_-;; 설거지보다 다섯 배쯤 더 귀찮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집안일은 빨랫감을 추려서 세탁기에 넣고 돌린 다음 빨래를 너는 일이다. 빨래 개는 건 귀찮아도 할 만하다. 수건 빨래가 많다면 귀찮기보다 즐겁다. 개는 것도 쉽고 차곡차곡 열을 갖춰 진열되는 모습에서 어떤 희열이 느껴져 ㅋㅋ 설거지는 마음먹고 해치우면 금방 할 수 있고 늘어져 있던 그릇들을 깨끗이 씻어 쌓아놓으니 말끔해진 싱크대 만큼이나 기분이 환해진다. 그러나 설거지가 너무 많으면 일단 하기가 싫고, 설거지 끝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설거지가 나오면 더더욱 하기 싫다. 그러나 역시 가장 싫은 건 청소. 특히 바닥을 닦는 일이다. 청소는 해도 티가 안 난다. 깨끗해진 바닥이나 사물은 원래 그러려니 하게 되어 인식이 더디거나 아예 인식되지 않는다. 근데 희한하게도 지저분해진 뒤엔 눈에 확 띈다. 게다가 손으로 걸레 빨기도 싫고 -.-;;; (아, 냉장고 청소해야 하는데 언제 하지?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 제일 싫다 -_-;;)

청소가 좋다는 할머니 말에 '어른들이 요츠바한테 청소 시키려고 그런 얘길'한다고 답하는 요츠바.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예리하다! 거짓말이 아니라면서 땀을 흘리는 할머니의 옆모습. ㅎㅎㅎ

 

 

근 2년만에 사랑스러운 요츠바를 만났다. 행복한 순간도 잠시, 만난 지 기껏 하루가 지났는데 벌써 앞으로 또 2년을 기다려야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러면서도 <요츠바랑 14>가 나올 날을 설레는 맘으로 기쁘게 고대하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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