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킹제이 헝거 게임 시리즈 3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게임은 끝났으나 아무도 안전하지 않았다. 캐피톨을 제외한 구역 전체에서 캐피톨에 대항한 반란이 일어난다. 캣니스는 사라진 줄 알았으나 건재했던 13구역에 머물며 반란군의 상징이자 구심점인 모킹제이(흉내어치)로서 홍보팀에서 활약한다. 반란군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짤막한 동영상을 촬영하고, 때로는 반란이 일어나는 지역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의 의지와는 달리 점점 더 반란의 구심점인 모킹제이가 된다. 지난번 게임에서 그녀가 그토록 살리려고 애썼던 피타는 게임장의 역장이 무너지며 캐피톨에 잡혀 간다. 그리고 그가 캣니스와 반란군을 설득하는 듯한 동영상이 TV에서 흘러나온다. 그는 초조하고 불안하며 아파보이고 고통스러워 보인다. 반란군은 흔들리는 캣니스를 위해 피타를 구해오는데, 돌아온 피타는 정신에 타격을 입어 캣니스의 목숨을 노리는 상태가 되어 있다. 피타를 기다리던 캣니스는 너무나 달라진 그의 모습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그를 보지 못할 곳에서 활동하려 한다. 그러나 피타는 그녀와 함께 일명 '스타 분대'에 소속되어 활동하게 된다. 스타 분대는 보다 긴박감 넘치는 동영상 제작을 위해 함정이 설치된 지역에 진입한다. 쉬운 미션이었으나 그들의 잠입을 눈치챈 캐피톨의 반격은 대원들의 연이은 죽음으로 이어진다. 캣니스는 스노우 대통령을 죽이기 위해 살아남은 분대원을 이끌고 캐피톨로 잠입하지만 때를 맞춰 함께 들어온 반란군이 캐피톨을 장악한다.


<헝거 게임>은 정말이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잔악한 볼거리의 하나일 것이다. 고대 로마에서 죄 지은 자들을 한곳에 몰아넣고 자기들끼리, 또는 맹수와 싸우게 한 것도 무시무시한데 헝거 게임은 죄 없는 자들, 아니, 가난하다는 것이 죄가 된 아이들이 그 대상이 된다. 게다가 더욱 무서운 것은 이들의 가난이 그들 자신에게서 연유한 것이 아니라 지배자들의 압정과 수탈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캐피톨은 그런 가난이 마치 그들 구역민들의 문제인 양 취급한다. 그리고 굶는 일이 허다한 고통스런 삶이 너무나 당연한 자기들의 지배에 대한 반발의 벌이라고 여긴다. 인간이 가장 최우선적으로 누려야 할 자유를 빼앗은 대가가 생명을 위협할 수준의 굶주림과 가난이라니. 그리고 그들의 복종을 위해 그들의 아이들을 서로 죽이는 전장에 내보내다니. 이보다 끔찍한 일이 또 있을까? 결국 판엠에서의 반란의 발발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독재로 인한 내전이 한창인 데다 괴물 같은 단체 IS가 장악한 시리아, 또는 부자세습이 이어지는 독재가 이뤄지며 굶어 죽어가는 사람이 많은 북한에 태어났다면 <헝거 게임> 시리즈는 바로 자기 자신의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승만이나 박정희, 전두환이 아직까지 독재를 이어오고 있었다면 우리나라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을 터다. 처음부터 패악을 떨려고 마음 먹는 인물은 없다. 누구나 처음엔 좋은 인물이길 자처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사람은 변하기 일쑤이고 권력을 손아귀에 틀어쥔 독재자는 그러한 위험성을 가장 심각하게 내포한다. 따라서 독재가 더 길었다면 지금의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유와 정의를 저당잡히고 굶주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히 판엠의 주민들이 힘을 모아 일어났듯이 우리나라의 국민들도 일어났고 세 독재자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독재자들로 인해 어긋난 각도로 지속되어 온 경제발전은 현 시대의 국민을 다시금 수렁으로 내몰고 있다. 극심한 경제적 빈곤과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OECD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또 다른 헝거 게임을 벌이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는 미미했던 각도의 오류 수치는 시간이 흐르자 엄청난 것이 되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 시점이다. <헝거 게임> 시리즈는 이렇게 반복되어 온 압제와 반발의 역사를 가상의 국가 판엠에 비춰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런 전복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헝거 게임> 시리즈 자체는 안타깝게도 긴박감이 넘치지도 않고 서사시 같은 웅장한 맛도 없다. 그저 어쩌다 시대의 흐름에 휘말려 버린 신경질적인 여자애가 하나 있을 뿐이다. 모킹제이라는 혁명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저 타이틀만 달고 있을 뿐인 느낌이다. 전장의 한가운데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뒤에서 무슨 대단한 활약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주인공이 되기엔 너무나 부족한 인물로 보인다. 작가가 혁명의 상징이 되는 인물과 그 활약을 제대로 꾸며낼 만한 역량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 싶다. 독재와 혁명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역사의 전환점이 되는 인물인데도 나로선 그 파란만장한 역사를 수박 겉만 핥는 느낌만 들 뿐이다. 그야말로 실한 알맹이 따위는 없는 TV쇼 그 자체랄까?


캣니스가 <헝거 게임>에서 활을 이용해 활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반군 최고의 명사수라고 소리를 지르는 데에선(P. 251) 기가 찼다. 반군이 얼마나 오합지졸이면 생계를 위해 활을 들고 다니던 여자애가 최고의 명사수가 될 수 있는지, 그런 오합지졸로 온갖 최첨단 무기를 보유한 캐피톨을 어떻게 전복시켰는지 의문스러웠다. 마치 반란을 부추길 구실이라도 주는 것처럼 자기들이 물건을 헌납받던 구역들을 무턱대고 그냥 짓밟아 버리던 캐피톨의 행태도 어이가 없었고, 그렇게 대단해 보이던 캐피톨이 오합지졸 무리에 무너진 것도 어이가 없었다. 해괴하게도 장미와 피 냄새를 풍기고 다니던 스노우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외치며 항거하던 국민들의 기세에 눌려 알아서 하야한 것도 아닌데. <헝거 게임>에 두 번 나가본 게 전부인 여자애가 적진 한복판에 있는 대통령을 암살하러 가는 것도 어이가 없었고, 적진 한복판에 갑자기 나타나 죽어버린 동생의 등장도 황당했다.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었으나 여러 가지 면에서 너무나 아쉬운 책이다. '비밀독서단'에 탄력받아 성급하게 산 게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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