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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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로또 1등이나 당첨됐으면 좋겠다."

"나도 그 때 코인이나 사둘걸."

"주식이 따따상 쳐서 시원하게 퇴사하고 싶다."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 먹고 사는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한 제과업체의 비공채 출신 다해와 은상, 지송. 나이도 연차도 약간씩 다른 세 명은 서로를 동기라고 생각하고, 한숨만 푹푹 나오는 회사 생활을 함께 버텨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어이없는 곳에, 난데없이, 상상도 안 해본 곳에서 다른 차원의 세계로 통하는 포털이 열린다. 바로 '가상화폐'다.

이 책뿐만 아니라, 장류진 작가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연수》를 읽으면 회사원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생생해 마치 옆 팀 동료의 일기장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장류진 작가는 판교의 IT 회사를 포함한 두 개의 회사에서 약 10년간 일했다고 한다. 회사원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문장에 밑줄을 마구 치다 보면 '만약 장류진 작가가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녔다면 어떤 소설이 나왔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로또 1등 당첨자 인터뷰를 찾아보며 '만일 저게 나라면' 상상해본 적이 있거나, 지나간 코인 열풍에 탑승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 적이 있다면, 혹은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재미있는 세태소설을 읽고 싶다면 장류진 작가의 설탕에 굴린 소설, 《달까지 가자》가 딱일 것이다.

한 살 더 먹을수록 늘 전보다는 조금 나았고 또 동시에 조금 별로였다. 마치 서투른 박음질 같았다. (···) 이런 식의 박음질이 더는 지겨웠다. 나는 그냥 부스터 같은 걸 달아서 한번에 치솟고 싶었다.

우리는 달까지 가기로, 그때까지 버티기로 약속했다.

돈을 벌었는데도 돈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빨갛고 파란 막대의 꼭짓점을 이은 오렌지색 선. 그 가느다란 선 위에 내 전 재산이, 열여덟 살 때부터 다종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10년 동안 조금씩 모아온 내 자산 전부가 들어 있었다.

통상 이력서 사진은 실물보다 훨씬 잘 나온 사진으로 내기 때문에 그 격차가 더욱 심했다. 하지만 단순히 체중이 불고 얼굴선이 무너지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 사진과 실제 얼굴 사이에 존재했다.

"우리 같은 애들은 어쩔 수가 없어."
우리, 같은, 애들. 난 은상 언니가 ‘우리 같은 애들‘이라는 세 어절을 말할 때, 이상하게 마음이 쓰리면서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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