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도 인생이니까 - 주말만 기다리지 않는 삶을 위해
김신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빨리 주말이 오길 바라는 월요일,

'목적지에 언제 도착하나' 투덜대며 꽉 막힌 도로에서 보내는 시간,

여름휴가만 기다리면서 출퇴근을 반복하며 기계적으로 흘러가는 하루하루,


​우리는 살면서 자주 미래를 기대하며 현재를 견뎌낸다. 기다리는 미래는 즐겁고 신나 보이고, 견뎌내는 현재는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하루하루다. 그런데 그렇게 견뎌내는 현재의 나날들이 평범하다 못해 힘들고 지루하게만 느껴진다면? 그 시간들을 '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물론 삶에는 그냥 흘러가는 시간도 있다. 기다리거나 견뎌야 하는 시간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게 결코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p.97)


'특별한 날'만을 기다리며, 재미있는 일이 없는 그저 그런 날들을 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김신지 작가는 그들이 버리고 있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반짝이는지 알려주고 있다. '시간이 금이다', '기적의 아침 시간을 활용해라'와 같은 말을 외치며 '성공한 삶'을 위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말하는 자기계발서와는 다르다. 독자를 가르치는 식으로 '시간을 버리지 않는 방법'을 설명하는 무거운 글이 아닌, 작가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읽는 독자로 하여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글이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힘이 가득 들어간 글이 아닌, '80퍼센트 정도면 충분하니 최선을 덜 하자'고 말하는 힘이 빠진 글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한없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10여 년간 잡지 에디터 일하며 오랫동안 글을 써와서 그런지 김신지 작가가 쓴 단어 하나하나에는 섬세함이 느껴진다. 그 섬세한 문장들은 현재를 지겹게 보내고 있는 독자들의 손을 잡고서는, 길가에 피어난 예쁜 꽃 한 송이, 분홍빛 보라빛으로 물들어 가는 저녁노을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평일이 너무나도 지루하게 느껴지는 독자들, 시간을 버리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직장인들, 편안한 문장으로 위로받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한여름 시원한 맥주 한 캔같이 느껴지지 않을까.

무작정 열심히 살라는 말에 지치지만, 다 괜찮다는 말에도 전혀 괜찮지 않기 때문에. 진짜 대답은, 내가 찾아 스스로에게 해주는 수밖에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마음에 드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 - P9

그리하여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삶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최고의 작가가 되는 것은 어렵더라도, 매일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 P33

출·퇴근하며 입버릇처럼 "빨리 토요일 되면 좋겠다"라고 하는 순간 평일은 인생에서 지워지는 것처럼. - P96

물론 삶에는 그냥 흘러가는 시간도 있다. 기다리거나 견뎌야 하는 시간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게 결코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 P97

말은 씨가 된다니까, 언젠가 싹 틔우게 될 말을 아주 많이 해버려야겠다. - P136

우리는 궁금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우지 않았다. 그게 얼마나 따뜻한 경험인지. - P236

엄마에게 나는 늘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게 무엇이든. 엄마는 내게 대부분의 것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 P28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