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다 버티다 힘들면 놓아도 된다 - 윤지비 이야기
윤지비 지음 / 강한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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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슷하다.

그러나 다르다.

 

당신은 그 전에는 늘 잘 웃고 잘 먹고 잘 자고 운동도 잘하고 친구도 애인도 가족 관계도 좋은 사람이었다가,

회사에 들어가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맞았다.

 

나는 그렇지 않았다.

 

당신이 이 책에서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 조금의 보탬도 덜어냄도 없이 나는 여기서 당신이 어떤 마음을 전하고 싶은건지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당신이 느꼈던 슬픔. 괴로움. 분노.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공포와 억울함. 무기력. 그 모든 것이 어떤 식으로 당신의 주변에 머물렀는지도 잘 알 수 있다. 엘레베이터도 탈 수 없을만큼 몸와 마음과 정신이 떨리는 불안과 식은땀에 짓눌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매우 다르다. 

 

 

강한별 서포터즈 2기로 받은 두 번째 책이다.

 

저자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기에 기대를 많이 했지만, 아쉽게도 그 기대감에 충족하는 책은 아니었다.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다가 몸와 마음과 정신이 무너진 것은 일치하나, 친구와 애인도 있고 가족관계도 좋았던 저자와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게다가 저자는 입사하기 전까지는 밝고 건강한 사람이었다. 우울증을 겪으며 친구와 가족 관계가 소홀해지었을지언정 애인은 그대로 남아 현재 남편이 되었다. 나와는 다르다. 게다가 저자는 용감하고 씩씩하게도 스스로 힘을 내어 정신과 치료를 받으려 다녔다. 나는 그럴 기력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별로냐, 하면 그건 아니다. 

 

내가 빨간 옷을 입었다고 해서 저자의 주홍 옷이 나와 결이 다르니 별로야, 라고 말하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고. 그리고 분명, 세상에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보다 더 깊이 공감하고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단지 뭐랄까,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에는 내내 이런 질문들이 떠올랐다. 

퇴사한 것도 이해해. 친구들이 사라진 것도 잘 알겠어. 그래도 당신 곁에는 가족이 있었잖아. 애인도 그대로 있었고, 그리고 지금은 남편이 되었잖아? 당신은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을만큼 힘이 남아 있었잖아?

 

 

 

 

 

 

...미안. 

미안해요. 질투가 나서. 

 

 

책에서 저자는 "이상한 사람이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했지만, 

나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어도 상관없으니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기를 원했다. 

 

...어쩌면 우리의 차이는 여기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 기대에 못 미치는 걸지도. 

 

 

그러나 나와는 달리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는, 저자가 쓴 개인적인 생각들과 감정들, 그리고 정신과 방문 경험을 비롯한 우울증 자기 진단 방법은 분명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당신 혼자만 아픈 거 아니에요, 라고 손을 내미는 책이니까.  나도 아팠어요, 라고 말하는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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