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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심리의 재구성 - 연쇄살인사건 프로파일러가 들려주는
고준채 지음 / 다른 / 2020년 8월
평점 :
재밌다고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재밌다. 나는 공포와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지만 시각에 민감하기 때문에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도 못 보고 오직 글로만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인데,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에 대해서 늘 궁금하고 알고 싶은 사람이었다. 이 책은 그런 기본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동시에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에 대해 국내외적 소양과 역사, 직업에 대해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냥 범죄심리학 교재로 써도 무방하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저자의 프로파일링 경험에 대한 글들이 적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프로파일러의 직업적 특성상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혹은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해 언급하기에는 문제가 있어서 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프로파일러가 사건이 없을 시 교도소에 있는 수배자들을 만나 심리 수사 등을 한다는 글을 읽고, 그럼 그런 이야기들도 책에 쓸 수 있지 않았을까 했는데 - 역시나 (거의) 없다. 누군지 밝히지 않아도 책으로 쓰기에는 껄끄러운 법적인 이유가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윤리적인 이유인건지 모르겠다. 그런 부분들이 더 많이 들어갔다면 좋았을텐데.
목차 정리가 잘 되어 있고 글도 유연해서 프로파일러와 프로파일링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 국내외, 과거와 현재 - 흐트러짐 없이 바로 바로 알 수 있다.
처음, 1장에서는 범죄심리학의 탄생 배경과 기본 정의에 대해서 알아본다.
여기서 해외 사례로는 충격적이었던 연쇄 살인으로 프로파일링의 시초가 되었던 살인범들 - 질 드레, 잭 더 리퍼, 버펄로 빌, 린드버그 - 에 대해 알아보고, 그 다음은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본다.
2장에서는 사건을 마주할 때 프로파일러들의 역할에 대해 알아본다.
여기서는 현장 검증, 피해자, 목격자, 그리고 형사들과 프로파일러의 관계들에 대해 살펴본다.
특이하게도 최면수사에 대한 글이 있는데,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
3장에서는 프로파일링 과정에서 알 수 있는 범죄자의 심리에 대해서 알아본다.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 도입과 묻지마 범죄가 증가하는 이유로 범죄자들의 심리 상태를 연결하며 검거 후 대화와 거짓말 탐지기 등을 통해 범죄자의 심리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 4장에서는 범죄를 예방하는 방안에 대해 논하면서 프로파일링이 과연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까하는, 스스로 돌아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에 있는 모든 내용들에서 배울 것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호기심이 충족되었던 부분은 2장이었다.
범죄에 대한 정의 후 프로파일링이 시초가 되는 연쇄 살인 사건들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국내외 첫 연쇄 살인 사건들에 대해 살펴본다.
놀라웠던 건 15세기 잔 다르크와 함께 백년 전쟁을 끝내 국가의 영웅이었던 사람이 역사적으로 최초의 연쇄살인범으로 꼽히는 동시에 프랑스 동화 <푸른 수염>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점 - 아동 연쇄 살인범이었다고 한다 - 이었다. 특히 영화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은 실제 존재했던 살인범들 3명을 섞어서 만든 캐릭터였다는 점이다. 사람 피부를 벗긴다는 설정은 1906년에 태어난 미국인 살인범 에드 게인, 여성들을 납치해 살인한다는 설정은 너무 많은 여성을 살해해 숫자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던 게리 리언 리지웨이를 모티브로 한다. 1982년부터 1984년, 1990년에서 1998년까지 사람들을 죽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니발의 지적인 모습은 1974년부터 1978년까지 미모의 젊은 여성들을 살해한 테드 번디를 모티브로 한다. 잘생긴데다가 말도 지적이여서 언론에서 당시 “연쇄 살인의 귀공자”라고 불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최초의 연쇄 살인 기록은 명확하지 않지만, 1925년 즈음에 ‘폐쇄형 소아기호증”을 가지고 있었던 이관규 사건을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그 이후 우리나라는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한 기록이 적은데, 그 이유는 아마도 그 이후 일제 식민지배와 6.25 전쟁 등을 거치며 사회적으로 여러 혼란시기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신고가 없었을 확율이 크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1970년대에 이르게 되자 우리나라에서도 연쇄 살인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게 된다. 저자는 그 이유가 도사회와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사회 구조가 복잡해지며 도시 인구가 급격하게 늘면서 각종 사회적 심리 현상에도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아마 우리가 아는 가장 유명한 사건은 얼마 전에 진범이 잡힌 화성연쇄살인 사건일 것이다.
범죄 행위를 분석하는 데 쓰는 이론들 중 주요 이론들은 정신분석이론, 성격이론, 사회학습(아무래도 p49 오타같다 사회학적이론이 아니라 사회학습이론)이론 그리고 사회인지이론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프로파일러가 되려면 다음과 같은 학위와 경력이 있어야 한다.
신기한 건 외국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프로파일러의 60% 정도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이건 정말 의외인데?
2장에서는 사건을 마주할 때 프로파일러들의 역할에 대해 알아본다.
여기서는 현장 검증, 피해자, 목격자, 그리고 형사들과 프로파일러의 관계들에 대해 살펴본다.
개인적으로 최면수사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 특이하게 느껴졌다.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은 '피해자'라는 정의의 광범위함과 범인 분석에만 중점을 둘 줄 알았던 프로파일러가 의외로(?) 피해자 분석에 큰 중점을 둔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처럼 CCTV가 많이 있지 않았을 때는 오직 목격자의 진술만 가지고 수사를 해야해서 힘든 점이 많았다는 점을 언급한다. 아울러 CCTV가 보편화되지 않은 시절에 프로팡일러가 선택한 분석 방법은 지리적 프로팡일링 기법으로, “일단 동일범이 저지른 연쇄성 범죄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네 건의 사건을 거꾸로 맞춰보는 방식이었다."
“범행 장소는 범인이 실제로 사는 곳 또는 행동하는 곳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범죄자가 사전에 생각하고 있는 장소 또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장소를 선택한다는 범죄패턴이론을 적용했다.”
내가 2장에서 가장 중점으로 보았던 건 피해자의 대한 분석이었다.
피해자라고 하면 범죄를 당한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 또한 피해자의 일부로 규정된다고 한다. (범죄피해자보호규칙, 경찰청훈련 제 604호, 제2조 제2호) 그런 식으로 하니 우리 나라의 약 28.6%가 피해자가 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2018년 한 해 발생한 형사사건 범죄는 158만 751건으로 우리나라 전국 세대수가 2,204만 2,947명(2018 통계청)의 7.17%, 피해자를 그 가족까지 고려한다면 4인 가족으로 계산 시 632만 3,004명이 형사사건의 범죄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숫자가.. 무섭구나.
책을 다 읽고나니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고,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을 가진다면 걱정되고 무서워서 매일 잠을 설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늘 다치고 피 흘리는 사람들을 보거나 범죄자들만 만나거나 충격으로 슬프고 흐트러져있는 피해자들하고만 늘 대면해야 하니, 프로파일러는 가만히 있어도 스트레스로 이가 빠지고 머리가 하얘지고 몸이 금방 노쇠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파일러로 일하시는 분들, 존경스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