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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사회를 바라보다
고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독자층을 조금 더 명확하게 규정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심리학으로 사회를 바라본다고 해서 많은 기대를 했는데, 목차부터 작법, 기승전결 연결과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심리학 이론 등에서 아쉬움이 있는 책이다. 차라리 청소년용으로 심리학 전반을 가볍고 다양하게 다루는 방향으로 책을 잡았다면 조금 더 유익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처음에 읽으면서 감사의 글에 "쌤에게 너무나 고맙고"라는 표현이 있고, "어그로 끈다"나 "관종"이란 표현이 두어번 일상 용어처럼 나와서 놀랐다. (책 페이지 밑에 설명이 있기는 하다. "관종: 관심 종자라는 뜻", 이렇게.)
단어 선택뿐만 아니라 문장 표현력, 그리고 심리학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 몇몇은 (내가 파악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도 있는 등, 이 책의 취지는 진지한 제목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1장 - 10대 심리
2장 - 마케팅 심리
3장 - 사회 심리
4장 - 사이버 심리
각 장마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세부 심리학 이론과 사례가 한 주제당 짧게는 2쪽, 길게는 4쪽씩 있다.
1장 10대 심리.
왜 10대 심리라고 제목을 정했을까? 10대에 두드러지게 등장하는 심리라는 뜻인 걸까? (여기서 10대 심리는 ten이 아닌 teenager란 뜻의 10대를 말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목차에 나오는 심리 현상들은 비단 10대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포함해 사회 전반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인기 심리"들이라, 꼭 10대로 한정 짓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10대라고 하면서 그 나이에 그렇게 중요한 사춘기나 성욕 등과 같은 성에 관한 심리나 현상은 하나도 다루지 않는 점도 의아했다.
가령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문제나, 다이어트, ADHD, 미루는 습관, 도박 문제 등, 10대에 주로 나타나는 심리 현상을 나열하고 싶었다고 하기에도 각 문제당 2쪽에서 4쪽은 일단 분량상으로도 너무 짧고 - 왜냐하면 책 내용이 "어떤 심리 현상" - "이 현상에 대한 한국 사례(5줄~10줄 정도)" - "이 현상이 뜻하는 심리 현상과 그 뜻" (10줄~15줄 정도) - "(간혹) 외국 사례" - "(몇몇) 저자의 의견)" 이런 방식으로 계속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깊이 있게 무언가를 알아가거나 공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이미 언급했던 바이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많이 다루어지고 있는 심리 현상들이라 저런 기본 정보는 이미 미디어에 넘치고 넘쳐서.
2장 마케팅 심리, 3장 사회 심리, 4장 사이버 심리.
이 중 몇 개는 사례를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부분은 글의 취지가 산으로 간 것 같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마케팅 심리 중에서 '메뉴 단일화의 효과'를 이야기하며 백종원의 골목식당 이야기를 하며 "인간에게는 다양성의 욕구가 있다"는 논지로 들어가면서 왜 메뉴가 하나가 아니라 수십가지가 올려져 있는지 말한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이 메뉴를 단일화시키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 식당 직원들이 기본적인 음식 조리 능력이 안되는데 메뉴를 너무나도 많이 올려놔 음식의 위생 상태를 비롯한 맛 등의 품질을 (안그래도 안 좋은데) 더 안 좋게 만들기 때문에, 본인 능력에 맞게 한번에 한 두가지 메뉴만이라도 잘할 수 있도록 메뉴를 여러가지 말고 단일화 시키라고 조언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다양성의 욕구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메뉴판을 다양한 메뉴로 늘어놓는 걸로 예를 들고 싶었던 것 같은데.... 글 연결이 부자연스럽다.
"독점시장" 이야기도.
갑자기 왜 책에 삽입했는지 그 주제성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독점시장은 사회적 경제적 현상이지 심리 현상이 아니고, 거기에 따른 수수료 인상은 가맹주와 배달업체간의 이익 관계에 대한 문제지 그들의 심리 현상, 심지어 소비자의 심리 현상과는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60초 후에 뵙겠습니다"를 자이가르닉 효과와 연관 시키며 방송국의 중간 광고도 이와 같다고 하면서 글을 쓴 부분도 난감하다.
외국의 경우 20분짜리 시트콤이 광고까지 더하면 대략 40~50분정도 한다. (40분짜리 드라마는 광고 시간 포함해 1시간 정도 한다) 광고 시간이 우리나라보다 길고 중간 삽입이 허락된 이유는 그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중간광고를 처음에는 케이블만 허용하다가 나중에는 (미디어의 변화로 현재 돈벌이가 시원찮은) 공영방송국들도 드라마나 예능 프로를 이제는 1부, 2부 이렇게 나눠가면서 현재 나와있는 언론법망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중간 광고를 넣는다. 다시 말해 이건 돈과 연결된 일이지, 자이가르닉 효과와는 상관이 없다.
"친환경 브랜드의 효과"를 다룬다고 해서 친환경 브랜드 효과가 사람들에게 어떤 심리적 효과가 있는 건지, 실제 같은 브랜드여도 "친환경"이라는 딱지가 붙으면 소비자 심리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줄 알았는데.. 이야기가 갑자기 '기업들이 친환경 브랜드를 만들도록 할 수 없다'라는 쪽으로 간다.
...?
"유사품, 모방 효과"라고 해서, 뛰어난 사람이나 물건을 따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심리를 말할 줄 알았다.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가 운동화에 청바지, 검정색 터틀넥 캐주얼 입으니 어느 순간 다들 그런 옷을 따라하고, 어떤 제품을 기획하고 만드는데 - 예를 들어 애플과 삼성을 모방하고 따라하는 샤오미같은 경우말이다 - 그런 부분을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
오히려 글 끝부분에는 저렇게 "오마주, 표절, 모방이 단순 나쁜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한다. 오마주는 나쁜 게 아니지. 모방도 따라하다가 자신만의 개성을 넣어 그 이상의 작품을 만든다면 모방 역시 나쁘지 않다. 음악을 예로 든다면 디스코 장르를 모방하다가 텔미나 웬위디스코같은 인기곡이 나온다. 그런데 표절은 다르다. 표절은 말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베끼는 건데 - 불법이고 인성에 문제가 있는건데 - 표절이 "나쁜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다니!
게다가 그 예로 롤렉스나 구찌 표절작들을 예로 들며 그들이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런 명품 브랜드는 따라하는 "짝퉁"때문에 연간 피해액과 루이비통 고소 사건 등, 그 명품 기업들이 절대 "아랑곳하지 않는"게 아닌데... 왜 예시를 이렇게 들었을까. "유사품 모방 효과"라는 심리 현상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예도 적절치 않다.
서평하라고 받은 책이여서 예의를 다해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놀랄지 모르겠지만, 이 짧은 서평 글을 쓰는데도 5시간이 걸렸다.
책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고, 사진을 찍고, 그걸 정리하고,
이야기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3번 이상 읽고 다시 생각하고 지우고 다시 썼다.
물론 나 한명이 책에 대해서 글을 쓴다고 세상이 변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리고 저자가 책에 쏟은 정성의 반도 안되겠지만,
서평하는 나도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