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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마법 능력이 있는 빵을
사용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마법 능력의 빵을 찾는다.
그렇지만 점장은 단호하게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며
그 사람들에게 빵을 주지 않는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사람들이 가엾게 느껴졌지만
점장의 입장 또한 이해되었다.
점장이 결국 말하고 싶은 바는
지름길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름길을 이용하려 한다면
그 책임을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주인공 '나'는
인생을 자신이 선택하기로 마음먹는다.
주인공 '나'는 어떤 일로부터 도망쳐서
위저드베이커리에 숨었고,
그 곳에서 지낸다.
집으로 돌아가서 현실을 대면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개암나무 가지
'나'가 누군가에게 쫓겨서
위저드베이커리에 숨게 된 계기가 드러난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배 선생과 재혼한다.
배 선생은 아버지와의 불화로 인해
주인공을 탐탁지 않아한다.
무희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배 선생은 무희에게
성폭행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거칠게 물어본다.
무희는 주인공을 지목한다.
범인이 아닌 주인공은
억울한 마음에 빵집으로 도망친 것이다.
무희가 말을 못 했던 데에는
설마? 하며 이유를 예상했는데
그 예상이 맞아서 놀랐다.
무희가 말을 못 했던 이유가
이 책에서 가장 큰 충격을 주었다.
악마의 시나몬 쿠키
반드시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에게 먹이세요.
평균 2시간 동안 뇌신경세포를 교란시켜
그가 무슨 일을 해도
실수를 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중요한 발표나 발언을 할 때도
주어 서술어가 하나도 맞지 않고
주제에도 벗어나
누가 보아도 맛이 간 사람처럼 보일 것이며,
포만 상태라면 괄약근을 조절하지 못하고
옷에 실례할 수도 있답니다.
사탄도 도망갈 듯한 설명;
그런데 이걸 샀고,
다른 사람에게 선물한 사람이 찾아온다.
그 선택을 후회하며 해결을 원한다.
점장은 그 사람에게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도와줄 수 없다며 돌려보낸다.
쉽게 복수하려 했던 가벼운 마음이
무거운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놓치기도 쉽기 때문이다.


월넛 프레첼
월넛 프레첼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반하게 하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찾아온 사람은 상대방에게
월넛 프레첼을 줘서 결국 연인이 되었다.
하지만 처음의 모습과 다르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위해를 가해서 그 능력을 무효화시키기를 원했다.
물론 사정은 딱하지만......
무책임하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지.
그러니까 처음부터 심사숙고하라고
물품 설명에 몇 번을 적어두었잖아.
점장의 말이 차갑지만
맞는 말이다.
선택의 결과를 책임지는 것은
자신뿐이기 때문이다.
선택의 결과는
온전히 선택한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
상대방이 폭력적으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결과는
자신에게 영향을 주고,
해결해야 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점장 또한 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어
선택을 후회하며 찾아온 사람들에게
책임지라는 말을 했던 것이다.
언제나 옳은 답지만 고르면서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은 인생에서
한 번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없나요?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 거야.

화이트 코코아 파우더
빵집 점장이 찾아온 손님들에게
냉담한 태도로 일관했던 이유는
그 또한 과거에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화이트 코코아 파우더로 실험했다.
그 과정에서 점장이 살려낸 사람이
가게의 단골이었던 쌍둥이를 살해했다.
그는 아마도 정말은
그 쌍둥이를 살려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틀린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행위였다.
또한 앞으로도
틀린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한 결심, 닫아걸음.
그것이 바로
선택을 함부로 남발하는 손님들을
차갑게 내치는 이유.


당연히 쌍둥이를 살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살리는 것을 포기했다니 의외였다.
쌍둥이를 살린다고 해도
완전하지 않을 수 있고,
부작용에 대한 문제 때문이었을 것이다.
타임 리와인더
무척 비싼 값을 줘야 하는 빵
의뢰 대상은 아이를 잃은 사람이며,
아이를 잃기 전으로 돌아가서
마지막으로 아이와 놀이공원에 가기를 원한다.
점장은 기하학적인 액수를 제시한다.
옆에 있던 주인공은 폭발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값비싼 가격을 책정한 데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자기의 행동 양상이
바뀔지, 되풀이될지
그것은 반반의 확률이다.
이를테면 내가 인류 멸망을 각오하고
육 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나는 시간을 되돌리던 순간의 기억을
깡그리 잊고(아니, 잊는다기보다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 되어버리고)
그런 상태로 아버지의 재혼에 적극 반대하여
배 선생과의 만남을 처음부터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지 어떤지 모르는 일이다.
오히려 배 선생과 두 번째 고통스러운 시간
(실은 나는 두 번째 반복이라는 걸 전혀 모르겠지만)
을 보내게 될수도 있다.

그저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틀릴 확률이 어쩌면 더 많은,
때로는 어이없는 주사위 놀음에 지배받기도 하는.
그래도 그 결과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상처가 나면 난 대로,
돌아갈 곳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사이가 틀어지면 틀어진 대로.
그렇게 흘러가는 삶을,
단지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이 실은 더 많을 터다.
그러다 보니 귀향이나 회복,
치유와 화해를 넘어
미래에의 전망에 이르는 성장의 문법을
무의식적으로 배제했다.

작가님이 위저드 베이커리의
마법 빵에 의한 무시무시한 결과를 넣은 것은
선택의 중요성과 책임을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빵의 마법으로
요행을 바랐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후회하게 된다.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중독에 빠지거나 회피하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상황을 해결할 수 없고,
더욱 나쁜 상황으로 빠져들게 된다.
마법의 결과가 아니더라도
현실에서 주인공의 상황처럼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제한된 환경에서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더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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