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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간주나무
김해솔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노간주나무
나를 죽이려고 했던
내 엄마가
이제 내 아들을 죽이려 한다


홀로 아들을 키우는 영주, 아들 선호가 병원놀이를 하며 여자애들 치마를 들춘 사건으로 어린이집에서 쫓겨납니다.
괴물이 될까 걱정하던 영주는 홀로 아들 몫까지 감당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며 그 여자를 찾습니다.
20년 전 나를 낳아준 여자, 나를 버린 그 여자, 내 아이를 돌봐 줄 친정엄마.
강력계 서형사는 아동학대 살해 사건을 수사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장년의 여자가 준 불면증 약인데 아이가 이걸 먹고 상태가 안 좋아졌다면서 갈색병을 내밀게 됩니다. 병 입구를 비닐로 감싸고 빵 끈으로 동여맨 것마저 똑같은 갈색병은 3년 전 신양동 사건 때 나온 증거물과 똑같다는 사실에 이 사건이 연쇄살인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수사하기 시작합니다.
예전에 가족이 살았던 그곳, 마당에 노간주나무가 있던 정원이 있던 그곳에서 모녀는 안정된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평화롭던 몇 달이 계속될 거라는 건 착각일까?
"엄마도 ... 나 죽일 거야?"
'노간주나무' 동화책을 읽은 선호가 묻습니다.
엄마 아들을 죽여 수프로 만든다는 엽기적인 내용의 동화책... 그러나 며칠 뒤부터 진짜 악몽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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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간주나무 집에서 함께 살게 된 그들의 이야기는 기묘하면서도 악몽에서 빨리 깨어났으면 하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기묘한 소리에 잠이 쏟아지고, 나쁜 꿈을 좇는다는 갈색병에 든 약을 먹게 하고, 선호에게 일어나는 악몽 같은 일이 현실인 것 같은데 꿈인 듯, 꿈같은데 현실인 듯 일어나 선호가 다치게 되면서 친정엄마가 내 아들을 죽이려 한다는 의심이 점점 커져만 갑니다. 형사가 파헤치는 이야기가 겹치면서 추리소설의 호기심이 강하게 끌면서도 친정엄마의 등장으로 수상한 오컬트적인 요소들이 보일 때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가 교차되니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묘하게 집중되는 이야기, 귀신에 씌인 건지 구분되지 않는 현실과 꿈, 꽤나 미스터리적인 소설입니다.
이야기의 끝에서 마주한 가족 간의 추악한 진실은 덮고 싶지만 덮을 수 없는, 너무나 잔혹해서 그것이 꿈이었으면 싶은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평생 간다는 사실을 영주를 통해 직면하니 친정 엄마의 행동이 이해가 됩니다.
"나쁜 기억은 다 꿈이란다. 전부 잊고 새로 태어나는 거야."라고 속삭이면서 엄마는 속으로 얼마나 울었을까요..
나쁜 기억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를 바랐을 엄마, 그런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할 수 없었던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보니
미워도 친정엄마는 그런 존재인가 봅니다.
삶의 절벽에 부딪히면 자신이 나은 아이조차 원망스러울때도 있습니다.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고간 존재, 악착같이 살고 싶게 만드는 존재 역시 아이이기 때문에 영주는 살고자 어린 시절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친정엄마를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든든한 뿌리가 되어 주어할 가족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그 속에 불안함과 두려움의 존재로 가득한 이야기, 그 끝이 해피엔딩이 될지는 알 수 없어도 다시 한번 일어서게 만드는 사소한 희망이 담겨 있는 이야기 [노간주나무]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