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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뛰는 대로 가면 돼 일단 떠나라 - 나 홀로 내 맘대로 세계여행
김별 지음 / 에이블북 / 2023년 5월
평점 :
가슴 뛰는 대로 가면 돼
일단 떠나라
나 홀로 내 맘대로 세계여행

'여러분은 하루에 얼마나 걸을 수 있나요? 혼자 세계 일주를 떠날 수 있나요?'라는 물음에 저는 겁이 많아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작가님의 용기 있는 도전을 보니 왠지 저에게 선물이 필요할 때 홀로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 같습니다.
30년간 열심히 직장을 다닌 나에게 스스로 선물을 주기 위해 가슴이 뛰는 대로 혼자만의 자유여행을 떠난 작가의 여행은 어슬렁거리며 여기저기 걷는 여행으로 하루 만 보 이상 걸으면서 풍경과 사람을 보고 주위를 살피며 나만의 사색과 사유를 즐기는 길 위의 모든 순간순간을 즐기는 여행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편안하게 즐기는 게 느껴질 때도 있고, 어떨 때는 무계획이라 걱정이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작가가 느낀 그대로의 여행 기분이 전해지니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행기 속으로 더 빠져들었습니다.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고 무작정 떠나 5개월 반 동안 18개국 48개 도시를 즐겁게 다녀온 그녀의 여행기를 맛만 보겠습니다.

이집트 왕들 중 가장 강력하고 위대했다는 람세스 2세의 석상을 비롯해 그와 관련 유물을 모아둔 멤피스 박물관에는 10미터 길이의 거대한 석상이 보입니다. 대리석처럼 매끈한 얼굴로 누워 있는 그는 기원전 12세기에 만들어져, 수천 년 전 유물들이 이렇게 남아 있다는 게 매우 놀랍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피라미드를 직접 보는 것이 목표인데 저자는 피라미드의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도 탐방도 하셨는데, 폐쇄공포증이 있는 그녀가 낮의 모습보다 더 위압적인 일몰의 피라미드와 내부 탐방을 직접 겪어 보고 배운 사실을 이야기해줍니다.
"다이빙할 때는 호흡에만 집중해야 하듯, 무엇이든 오직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일에만 집중할 것, 그것이 가장 순수한 것이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이다.'라고 말입니다.

혼자 여행을 하면 모든 일을 혼자 헤쳐나가야 합니다. 다른 나라로의 이동을 할 때는 여러모로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짐은 많고, 길을 헤매며, 당황스러워 어떻게 해야 하나 간혹 망연자실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 누군가의 도움으로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기쁨을 누리며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 가기 전, 해당 도시의 지역 정보와 가야 할 곳, 먹거리, 볼거리 등을 미리 탐색을 하고 합니다. 그러면 실수를 덜 하기도 하고, 긴장할 일에 대해 대비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하지만 작가의 여행 방식은 저와 반대입니다.
여행지를 사전에 찾아서 정보를 알아가는 게 아니라 그곳에 도착해 둘러보며 도시를 피부로 감으로 먼저 느껴본 뒤 특정 장소를 보고 나서 궁금하면 채워 나가는 식으로의 여행을 합니다. 가는 곳에 대해 미리 다 알고 가서 확인하는 듯한 여행을 하고 싶지 않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나 혼자 바라보며 내가 가장 먼저 밟아보는 듯한 그런 신기하고 생경한 기분을 잃지 않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행지에 대한 지나친 정보로 인한 선입감은 그런 신기함을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계획형인 저와는 반대이지만, 그 의도를 알고 나니 내가 알고 있는 이곳이 맞는다는 확인이 아닌 그 도시를 몸소 체험함으로써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벽을 돌고 꼭대기까지 가 봅니다. 맨 위로 가려면 탑 안의 계단을 올라가서 성벽 꼭대기 탑에 있는 작은 문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어떨까요?
여행은 공간 이동이지만, 익숙하던 일상의 풍경을 떠나옴으로써 지나간 시간들을 고요히 통찰해 볼 수 있으므로 시간 이동이기도 합니다. 떠나지 않았을 때는 근시안적이어서 잘 보이지 않던 것이 떠나와서 거리로 두고 보면 잘 보이기도 합니다. 마치 눈앞의 건물이 한눈에 다 안 들어오다 높은 곳에서 보면 건물의 위치, 주변이 한꺼번에 다 보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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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힘들면 쉬면 되고, 지치면 놀면서 쉬면 되고, 천천히 가자.
신나게 눈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경험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라는 마음으로 늦은 나이에 떠난 작가님의 여행기는 곧 다가올 미래의 나에게 떠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었습니다. 코로나로 쉬어간 3년의 시간 동안 떠날 힘조차 생기지 않았었는데, 세계 여행을 떠나 무계획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할 수 있는 경험들을 하는 모습을 보니 '떠나볼까?'라는 생각이 몽글몽글 차오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나'와 집으로 도착한 '나'는 같은 나일까요?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딱히 말하긴 어렵지만, 짧던 길던 여행을 통해 더 따뜻해지고 더 느긋해지는 마법 같은 변화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합니다.
혼자라는 외로움과 두려움이 클 텐데도, 혼자 하는 여행을 통해 오롯이 '나'에 집중할 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숨 고르기를 통해 깨닫는 시간을 채워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떠남과 멈춤의 조화, 그 사이의 적절한 텐션이 나를 성장하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가슴이 뛰는 대로 일단 떠나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