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였던 루이즈는 퇴근 후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의사 손님으로부터 황당한 제안을 받고 그 제안에 응하면서 강렬하게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보기만 하는 이유는 뭘지, 왜 보기만 한다면서 의사 손님은 자살을 선택하게 됐는지 궁금증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의 침공을 막기 위해 기지에 주둔하고 있던 프랑스 군인들, 독일이 벨기에를 침공함으로써 전쟁의 시작을 알렸고 그 속에서 정직하고 정의감이 넘치는 가브리엘은 부정을 일삼으며 돈벌이를 했던 라울 랑드라드와는 서로 얽히기 싫어했지만, 전선으로 지원을 나갔다가 독일군을 만나면서 두 사람은 지옥 같은 순간들을 맞이 하게 됩니다.
분석하고, 기록하고, 영향을 주고, 관찰하고, 이용하여 프랑스 국민의 사기에 영향을 주기 위해 정보를 이용하는 일을 하는 정부 소속 공보관으로 일하게 되는 데지레 미고는 거짓된 정보로 입사하여 화려한 언변과 임기응변으로 드러날 거짓을 늦출 뿐, 계속된 거짓 정보로 발각 되게 됩니다. 그의 거짓된 임기응변이 날로 커져갈 때마다 읽는 독자들의 근심이 늘어나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독일의 침공으로 피난길에 오르게 된 시민들과 피란을 가자는 아내 알리스를 뿌리치고 파리에 남게 된 헌병대원 페르낭. 엄청난 비밀이 담긴 가방을 얻게 되면서 불법적인 일에 휘말리게 됩니다. 페르낭과 함께 하는 대원들을 보면서 전쟁의 불안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대체 프랑스 공군은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이제 프랑스의 하늘은 완전히 적군의 손에 들어간 것인가?'
이제 모든 게 무너져 버리는 것인가?
단 몇 줄이지만, 전쟁을 겪은 군인들의 정신이 아마도 이러하지 않았을까요? 믿고 있던 아군들의 행보와 곧 전쟁이 끝날 거라는 희망, 전쟁이라는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이 모든 게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모르는 막막함이 그들을 계속적으로 불안감에 떨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4개의 이야기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서로 연결될 것 같지 않지만. 잔잔하게 깔려있는 여러 복선들과 만나게 되고, 진실 앞에 마주 서게 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이야기들을 통해 긴장감을 유발하고, 끝에 남겨진 진실을 통해 작가가 진정한 이야기꾼임을 명확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전쟁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고통의 다양성을 통해 우리 스스로 위로를 받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을 토대로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것이 이 책의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라고 의문이 드는 내용들 앞에서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는 사실 앞에서 '왜 이 책을 악마 같은 플롯을 지닌 책'이라 하였는지, 그리고 프랑스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실이길 바라지 않으면서 마냥 소설로 읽을 수 없었던, 지금도 어느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이야기에 또 다른 우리 슬픔의 거울이 멈춰지기를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