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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미인 ㅣ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1
호시 신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완벽한 미인
일본의 쇼트-쇼트 형식의 SF, 미스터리 작품 등 단편의 신이라 불릴 만큼 정평이 나있는 호시 신이치 작가.
단편은 짧은 소재이기에 책의 재미여부도 중요하겠지만, 작가의 색이 많이 드러나는 부분이 좋아서 읽곤 합니다.
이번에 만난 호시 신이치님의 책은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니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구요. '아...이래서 쇼트의 귀재구나..'
총 50편의 단편들로 구성된 <완벽한 미인>은 한 편을 읽는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짧은 시간임에도 이야기 속에 녹아든 일본 특유의 개그적인 코드나, 편치 않는 시선들을 이야기 하면서도 불편하지 않는다는게 정말 매력적입니다. 일본의 SF작가로 추앙 받는데에는 그의 유연한 발상과 놀라운 상상력을 무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의 몇몇 작품들 중 실사화되면서 스토리도 매혹적이고 구성이나 메시지도 탄탄하지만 완성도를 높인 장품으로 유명한 이야기가 '봇코짱'입니다.

봇코짱
바의 매니져가 취미 삼아 만든 인형 봇코짱. 봇코짱은 남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정도의 말을 하는것과 술을 마시는 것밖에 하지 못하지만 완전한 미인로봇이기에 가게의 인기인으로 카운터쪽에 앉혀놨다.
손님들은 로봇인줄 모르고 새로운 아가씨가 들어왔다면 말을 건네지만 제대로 된 대답이 없다.
술은 얼마든지 마실 줄 알지만 절대 취하지 않는 로봇. 그런 봇코짱에게 사랑하는 마음만 점점 더 달아오르는 한 청년.
외상값만 늘어가 더는 오지 않을거라며 "죽여 줄까?" "죽여 줘"라는 봇코짱에게 죽는 약봉지를 꺼내 술잔에 넣고 술을 마시게 하고 나가 버린다.
밤이 깊어 매니저는 골든벨을 울리며, 로봇 다리 쪽에 연결해둔 플라스틱 통에서 술을 회수해 손님들에게 술을 쏜다.
그날 밤, 바는 늦도록 불이 훤히 밝혀져 있으나 집으로 돌아간 사람도, 목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어느덧 라디오도 "편안히 주무세요"라는 인사말을 끝으로 고요해지고, 봇코짱도 "편안히 주무세요"라고 중얼거릴뿐, 새침한 얼굴로 하염없이 누가 말을 건네줄까 기다린다.
기발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완벽한 미인>은 호시 신이치가 직접 고른 초기 대표작들의 모음집이라 작가의 애착이 깊은 책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짧은 소설에 매료되어 열등감이나 자만심에 빠져본 적이 없이 재미있게 작품 활동을 했다는 그는, 정말 이상하고 야릇한 맛들이 듬뿍 들어가게 글을 쓰신것 같아요. 한 편 마다의 그 독특한 발상들이 놀라우면서도 이상하면서도 계속 읽게 만들었어요.
미스터리나 SF 같은 작품도 있는 반면, 동화나 우화같은 이야기를 담은 것을 보면 꾸준히 다양한 시도를 하신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 대한 열정이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1000편이 넘는 소설은 꾸준한 사랑을 받아 앞으로도 다양한 시리즈로 즐거움을 줄 수 있을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