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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 - 제41회 일본 문예상 수상작
야마자키 나오코라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어 특유의 담백함이 200% 살아있는 소설.
무심하게 그러나 또박또박하게 감정을 글로 옮긴 작품이다.
끈적이지도 불결하지도 않은 열아홉 미대생과 서른 아홉 데셍강사 유부녀와의 사랑이야기다.
불륜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담백함.
스물여덟 여자 작가가 그린
열아홉 남자아이의 관점은 참 그럴듯하다.
그러니 이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가쿠타 미쓰요의 평이
정말 딱 맞는다.
때로는 독자의 숨을 멎게 하고, 그 아름다움에 매료시키고,
과연 하고 무릎을 치게 한다
게다가 소설의 배경이 후타고다마가와다.
이곳은 가본 적도 없지만..
드라마 <루키즈>의 배경이 된 동네다.
그 녀석들의 학교가 바로 후타고다마가와 고등학교..훗
재밌는 접점이다.
잔잔한 일본 영화같은 느낌.
아주 맘에 드는 작가다.
# 자연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아름다움을 지향하지는 않는다.
# 전화는 온도다. 말하는 내용은 아무 것도 전하지 못한다.
단지 온도만 전해진다. 나는 유리의 낮은 온도를 느꼈다.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싹오싹 전해져 왔다.
그것이 유리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일기를 쓰다 보면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눈물을 상쾌, 불쾌, 어느 쪽인가로 말하자면 상쾌다.
깜박깜박 눈물을 떨궈서 글자를 번지게 한다.
번지게 하고 싶은 글자 위에 일부러 턱을 가져가기도 한다.
눈을 질끈 감으면 번개가 보인다
# 유리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었다.
곁에 있었으니까 마음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몸을 붙이고 있었으니까.
내 A컵도 안되는 가슴의 살점을 유리가 도려내어 가서
지금도 어디선가 그것을 꼬집어 대고 있는것이다.
# 만약에 신이 자신의 애완동물들을 굽어살필 때가 있어서,
누군가 흔해빠진 행동으로 자기연민을 즐기고 있는 것을 본다
해도, 나름대로는 진지하게 하고 있는 일일 테니까
웃지 않았으면 좋겠다.
# 생각을 거듭하는 동안 '그게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외로움이라는 건 유리도, 다른 그 어떤 여자도, 메워줄 수 있는게
아니다, 무리해서 해소하려 하지 말고 그냥 꼭 끌어안고 가자.
이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사랑스럽게 여기면서 함께하자.
평생 따라온다고 해도 좋다.
# 만날 수 없다고 끝이라니.. 그런 건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