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풀칠도 못하게 하는 이들에게 고함 - 가짜 민생 vs 진짜 민생
김동춘 외 지음 / 북콤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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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잘못되었다고 학생들에게 자주 이야기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좋게 되지는 않는다. 그게 잘못인 줄 아는데, 어쩔 수 없어서 따르는 사람이 많다. 헤쳐 나갈 길을 보여주지 않고 옳은 소리만 하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면 학생은 교사를 잘 따르지 않는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희망을 찾는 존재다. 


<입에 풀칠도 못하게 하는 이들에게 고함>에는 약한 사람들이 불안하지 않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 담겨 있다. 김동춘, 김찬호, 정태인, 조국과 같이 그 분야에서 알아주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다. 


시장 경제는 효율이 높은 대신에, 빈부격차가 생기고 기업이 너무 힘이 세진다. 영미식 자본주의는 빈부격차를 부자들의 기부로 보완한다. 소액주주와 소비자운동 단체들이 기업을 감시한다. 기업이 사회 규칙을 어기면, 손해배상을 엄청나게 물려서 약자를 보호한다. 유럽식 자본주의는 세금을 많이 걷어서 사회적 격차를 조정한다. 노동조합이나 직장평의회가 기업 이사회에 들어가서 경영에 참여하게 해서 약육강식의 시장을 제어한다. 


그런데 한국은 기부 문화가 미국보다 약하고, 세금은 유럽보다 싸다. 한국에서는 기업이 큰돈을 벌금으로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노동조합이 경영 참여를 하는 사례도 거의 없다. 영미나 유럽 체제 그 어느 쪽의 약자 보호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없는 사람에게는 헬조선이 되어간다. 


단지 좋은 대통령이 들어선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좋은 정치권력이 들어서도 사람들이 개혁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면, 약자를 위한 정책은 실행되기가 어렵다. 각 분야의 사람들이 단체를 만들어야 길을 열린다. 단체를 만들어 유지하면서 돈을 걷어 어려운 때를 대비해야 한다. 단체가 있어야 정치권도 표가 보여서 관심을 보인다. 전교조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어도, 부당한 일을 당할 때 조직의 힘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슬픔에 머물고 싶은 않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악귀 같이 못된 논리가 떠다니고 그에 물든 학생들이 때로 있는데, 그 학생들에게 가르칠 말을 교사가 얻는 책이다. 가볍게 읽히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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