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현실과 서사적 상상력
유임하 지음 / 태학사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 머리말에 보면, 연구를 시작한 맨처음 3년은 꼬박 작품을 읽느라 보냈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을 보고 나는 이 책에 믿음이 생겼다. 작품을 다 읽지도 않고 비평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불신에 차 있기에 그랬다. 꼼꼼하게 분단소설에 대해 정리하고 있기에 이 책은 교사가 백과사전처럼 자료를 찾고 확인하기에 알맞다. 대표로 꼽을 만한 작품이 어떤 것인지 나와 있고, 작품 하나하나마다 줄거리와 그에 대한 비평이 함께 있어서, 분단문학에 대해 무엇을 하려는 사람에게 이 책은 아주 쓸 만한 자료이다.

먼저 이루어진 연구에 대해 과감히 비평해놓은 점이 인상에 남는다. 보통 상식처럼 알고 있는 60년대 사람들은 어떻게, 70년대 작가들은 어떻고 80년대 작가들은 어떻고, 이렇게 나누는 세대론을 글쓴이는 비판한다. 나 또한 그런 보통의 앎에 동참하고 있었기에 충격을 받았다. 이 책이 받은 비평적 무관심은 아마 기존 연구에 대해 정면으로 부딪친 대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새롭게 볼 수 있게 해주어 생각을 자유롭게 만들고 대상을 풍요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나는 이 책은 문학교사와 독서교사에게 권한다. 어떻게 이쪽저쪽 짥게 알게 된 작품 몇 가지를 갖고만 가르치는 '교육재료의 빈곤함'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그렇다. 이 책을 읽고 내가 한 생각은 '되게 많네'였고, 적어도 분단문학에 관한 한 나를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을 교보문고 한쪽 구석에서 찾은 것은 아쉬움이다. 그 이상 주목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는데도, 언론이나 다른 쪽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개글을 보지 못했다. 연세대 김재용 선생이 북한문학을 연구해서 화려하게 조명을 받은 데 견주면 너무하다. 왜 그랬을까?

나는 이 책을 잘 읽은 한 사람으로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글을 쓴다. 조금 딱딱한 문체가 흠이라면 흠이지만, 집 책장에 꽂아두고 두고두고 참고할 가치 정도는 충분히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분단문학에 대한 하나뿐인 단행본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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