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 2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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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의 목적이 없이 책상에 앉아서, 시집을 읽듯이 지도를 읽는 일은 재미있다. 그때, 지도 위에 그려진 수많은 표식물들, 강과 모세수로, 등고선과 평야, 산맥과 바다, 대도시와 소읍 들은 새롭게 해석되기를 기다리는 신호들처럼 빛난다. -26쪽

남한산성 서문의 치욕과 고통을 성찰하는 일은, 죽을 수도 없고 살 수도 없는 세상에서 그러나 죽을 수 없는 삶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아마도 받아들일 수 없는 고통과 치욕이란 없는 모양이다. 모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은 결국은 받아들여진다. 삶으로부터 치욕을 제거할 수는 없다. 삶과 죽음이 서로를 겨누며 목통을 조일 때 삶이 치욕이고 죽음이 광휘인 것도 아니고 그 반대도 아니다. 이 세상에는 말하여질 수 있는 것보다도 말하여질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더 많은 모양이다.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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