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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파친코』를 잇는 한국적 서사의 새로운 주역
★아마존 선정 2021년 ‘이달의 책’
★전미 40여 개 주요 매체 추천 도서
★전 세계 12개국 번역 출간
광고 문구가 과장된 것 아닐까 의심하며 읽기 시작했다. 600쪽이 넘는 책을 단숨에 읽어내리며 생각했다. 파친코를 잇는 소설이라는 말에 결코 더함이 없다고.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한 부분들이 좋았다. 특히 옥희가 글을 배우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생긴 생각의 변화들이 인상적이다.
🔖59p_ 서당에 다니기시작하면서부터, 옥희는 자신이 아궁이나 괭이처럼 순종적인 살림의 일부라고 더 이상 느끼지 않게 되었다.그는 새로운 지식의 유입으로 위축되는가 하면 확장되기도 했으며, 자신이 느끼기 시작한 어렴풋한 불만스러움에 스스로 놀랐다.
옥희는 이 때문에 배운이 위험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 배움이 꼭 필요하다는 것의 반증 아닐까.
🔖67p_ 옥희는 특정한 단어들을 특정한 순서로 나열하면 자기 내면의 모습도 마치 가구를 옮기듯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고 한 마리 춤추는 나비처럼 언어 속을 누볐다. 내면에 쌓이는 단어들이 계속해서 그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존재로 만들어가는데도 외부에서는 누구도 그 차이를 감지할 수 없었다.
이렇게 옥희는 배움을 통해 깊어지고 넓어져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게 뿌듯했다.
🔖93p_ 깊이 사랑했던 사람들도 인연이 다하면 한순간에 낯선 이들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가끔은 그 어떤 변수에도 상관없이 영원히 너에게 이어져 있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지. 연화와 나, 우리의 인연은 깊고, 지금의 이 삶을 초월한 전생에서부터 온 것이지.
은실의 이 말이 김영하의 <작별인사>와 얽히고 섥혀 한참을 머리에 맴돌았다. 삶을 초월한 인연_ 우주적 존재에 대해 생각하느라.
이 외에도 마음에 남았던 문장들_
🔖100p_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책들은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마음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더 아름다운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들이었다.
🔖552p_ 노년이란, 인생의 모든 행복이 앞으로 다가올 날들이 아닌 이미 지나간 날들에서만 발견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는 어쨌든 자신의 역할을 다했으며, 자신보다 더 위대한 무언가를 위해 살았다.
🔖563p_ 제 말을 믿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요. 하지만 스스로 자기 자신을 믿으면, 결국 인생도 그 믿음을 따라 잘 풀려 나가더라고요. (...)
자신에 대한 진정한 믿음을 갖게 만드는 건 세상에 딱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본인에게 닥친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에게서 깊은 사랑을 받는 것이죠. 운 좋게도 이 두 가지를 다 경험한다면, 그 사람은 자신에 대해 충분한 믿음을 지니고 남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585p_ 그 만남의 순간에는 감정에 깊이 빠져 있을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건들이 항상 그렇듯, 당시 느꼈던 갑작스러운 감정들은 이후에 오히려 더 깊고 충만하게 발전해 옥희가 그 장면을 마음속으로 다시 떠올릴 때마다 새로운 빛깔과 향기를 띠었다.
🔖603p_ 내 손바닥 위에 놓인 그것은, 새벽달처럼 옅은 분홍색과 회색으로 빛나는 진주 한 알이었다. 한참이나 그걸 바라보던 나는, 정호가 아직도 나를 돌봐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저세상에 가서도 말이다. 그리고 나도 똑같은 방식으로 있을 거라는 것도. 삶을 계속 놓아주고 또 붙잡고 버티면서, 오직 바다에서 온 나의 일부만이 남을 때까지.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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