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의 문화사 문명탐험 3
설혜심 지음 / 한길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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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에 대한 접근은 일반인들에게 매우 어렵다. 어두침침한 분위기와 폐쇄적인 사회, 그것이 중세를 보는 일반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세를 다룬 영화나 책들은 대중성을 지니기 어렵고, 가시적인 인기를 얻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 책은 나름대로 학술적 가치와 대중성을 함께 지니기 위한 노력이 보이는 책이다. 일단 '온천'이라는 실생활에 밀접한 주제를 다루면서 풍부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연구를 담았으며, 간결하면서도 소박한 문체로 저술하여 이 책의 목적이 판매 부수의 기록이 아니라 진실한 지식의 전달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일단 처음 이 책을 펴본 독자는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온천 이야기를 상상하고 펼친 첫부분부터 중세 시대의 순례 여행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순히 우리가 아는 온천이 아니라, 지금의 온천이 있기까지의 기원, 특히 동양에 비해 발달이 한참 뒤늦은 서양 온천의 역사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게다가 심심찮게 나오는 삽화 자료는 방대한 정보를 읽느라 지루해하는 머리를 식혀주면서 또 하나의 지식으로 다가오는 소중한 존재다.

또 한 가지, 읽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이 책의 깔끔한 디자인이다. 밝은 톤의 표지와 앞부분에 수록된 컬러 화보, 매끄러운 종이질은 이 책이 다소 학술적인 내용이어도 끝까지 읽게 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이 책은 온천의 발달을 이해하는 데에 매우 가치있는 책이지만, 독서 초심자들에게는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자칫하다간 길고 어려운 책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독서의 경험이 풍부하고, 인간 생활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정기적으로 가는 대중 목욕탕이 새로운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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