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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인간 - 비누 인간 두 번째 이야기 ㅣ 파란 이야기 8
방미진 지음, 조원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8월
평점 :
중학년이 되어가면서 아이가 읽는 책의 장르 영역도 조금씩 확장된다는 느낌이에요.
학교생활, 일상생활과 관련된 문고를 주로 읽던 아이가
어느새 심오하고 철학적인 (그리고 상당히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한) 소설을 제법 재밌게 읽더라구요.
독서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 같아 지켜보는 엄마 마음이 뿌듯합니다.
<진환인간>은 방미진 작가의 <비누인간> 두번째 작품으로
전작에서의 미스터리한 존재였던 비누인간의 정체와 그들의 진짜 비밀이 밝혀지는 이야기에요.
이무래도 <비누인간>을 읽고 읽으면 연결되는 내용이 있어 더욱 재밌겠죠?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처럼 스토리의 유기성이 흥미진진한 <진화인간>은
청소년 소설임에도 읽는 내내 긴장감이 가득했어요.
어른인 제가 읽어도 재미있어 함께 읽고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도 좋았습니다.
(마치 영화를 읽고 이건 어땠어? 저건 너무 어떻더라 하듯이요.)

저는 비누 인간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았어요.
비누인간은 약간 재난물, 공포물에 가까웠다면
진화인간은 거기서 더 나아가 SF적 요소까지 결합된 느낌이더라구요.
비누인간을 재밌게 읽었다면 후속작은 찾아 읽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흡입력..ㅋㅋㅋ
총 삼부작으로 계획된 책이라 다음 후속작도 예정에 있다던데,
저와 아이는 또 찾아볼 것 같은 확신이 드네요^^

전작인 <비누인간>에서 등장했던 비누인간이
실험 마을에서 빠져나와 그 정체를 드러나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진화인간>
전작에서 비누인간들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간이었다면
<진화인간>에서의 비누인간들은 모든 인류가 꿈꾸는 완벽한 육체의 진화인간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내용이 상당히 어둡고, 무겁소 사실적이며 디테일하게 묘사되어있고
공포는 물론 판타지, SF를 넘나들며 탄탄한 세계관까지 자랑하는 <진화인간> 그러니 읽는 재미도 있네요.

완벽한 육체를 위해 진화를 향한 인간의 멈추지 않는 욕망,
그리고 이런 인간의 욕심이 낳을 암울할 미래-
그 와중에도 평범한 인간을 꿈꾸는 사람과 아프지 않는 하루하루를 꿈꾸는 인간의 연대는
암울할 세상에 한 줄기 빛 같은 따듯한 희망을 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극중 분위기는 후속작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듭니다.

전작에서의 비누인간이 투명한 피부, 어색한 몸짓과 말투,
비누처럼 뭉개지는 살과 하얀 피를 가진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간으로 등장했다면
진화인간에서는 보통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에 '완벽한 진화인간 프로젝트' 실험에 협조한 다엘이
점점 거대해지는 몸으로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는 부분이 조명되요.

진화인간이 분명 같은 인간임에도
원하는 실험 결과를 얻기 위해 각종 비윤리적인 실험을 하는 연구소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인간의 호기심, 욕망을 무분별하게 쫒는 과학이
'과학'이라는 허울 좋은 탈을 쓰고 얼마나 참혹한 희생자를 낳는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건 분명 현대 사회에서도 있음직한, 어쩌면 이미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을지 모르는 사건이니까요.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비누인간을 몰살해 버릴만큼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메이과
연구소와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아까지 않는 다엘과 유주는 서로 양립적인 캐릭터가 되어
우리에게 어떤 것이 더 '인간다운지'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구요.
비누 인간에서 진화 인간으로 이어지는 독창적인 세계관과 묵직한 울림을 선사하는 주제로
어린이 문학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책. 추천하고 싶은 도서에요 :)
위즈덤하우스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