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기다림으로 > 나의 '달'을 찾아서
달에서 온 소년 1
나예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이 사람 작품이라면 믿을 수 있어. 재미있을 거야. 기대돼.

이런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작가가 있다. 이 작가가 그렇다.

나예리라는(하니에서 나오는 그 나예리가 아니다..) 작가의 이름은 나에게는 '안정감'으로 다가온다. 무엇을 그려서 내놓던지 분명히 재미있을거라는 확신은 부담없이 책을 고르게 만든다.

달에서 온 소년. 예쁜 제목과 어딘가 신비감이 묻어나는 책 표지를 넘기고 나면 작가 특유의 부드럽고 뚜렷한 펜 선으로 그려진 멋진 인물들이 생동감을 가지고 움직인다. 일부로 '그 사람은 멋지다' '꽃미남' 이라는 표식을 달지 않아도, 오~ 멋진걸. 이라는 말이 뚝뚝 내뱉어지는 멋진 사람을 그려낼 줄 아는 작가의 그림은 질리지 않는 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이 작품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문제를 파고든다. 아, 물론 철학책은 아니다. 무척 재미있다. 밝혔다 시피. 가족안에서의 관계, 좋아하는 사람, 좋아질 것 같은 사람, 좋아했던 사람, 그런 사람들틈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혼자라고 느껴야 하는 외로움을 달래며 의지한다.

안나라는 이제 막 재수생의 쓴 출발선을 밟아야 하는 어린 소녀는 그 외로움의 끈을 놓기 위해 필사적으로 '아버지'로 대변되는 누군가를 찾아 나선다. 가끔은 독기를 품은 여린 아이의 그 마음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순간 허망해지는 내 모습과도 닮아있다. '그리움'을 찾아 나선다는 것. 그건, 누구에게나 절실한 일인 것이다.

그리고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아론' 참, 간만에 보는 '섹시한' 인물이로세. 라는 것이 나의 첫 느낌. 무언가 확실히 잡히는 것이 없는 그 매끈한 얼굴 뒤에는 여자의 직감으로 느껴지는 슬픔이 자리한다. 그런점이 또 보호본능을 자극 하는 법이지만. 더 이야기가 진행되야 알 수 있겠지만, 아론이 숱한 많은 사람들에게 향하는 일괄적인 애정의 곡선과는 다른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은 안나에게 향해있다.

안나와 아론을 둘러싼, 다른 인물들(이름을 알 수 없는 소년, 아론에겐 적의를 안나에겐 호의를 주는 민우란 인물, 안나를 3년동안 죽어라 쫓아다니다 아론에게 화살을 돌린 찬섭군..)과의 이야기도 무리없이 잘 진행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둘의 이야기에 새삼 가슴이 뛴다. 누구에게나 올려다 보고 마는 '달'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보이지만 잡히지 않아서 더 애타는 그런 존재가 있는 법이다. 이 이야기는 이런 그리움을 어떻게 그려 낼까?

기대감이랄까.. 어떻게든 되겠지만, 어떻게 될 지 궁금한. 모처럼만의 감정이입이 진하게 일어나는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셈이다 - 이 작품이 연재되던 오후라는 격월간지가 폐간됐기 때문이다. 정말, 화가 난다. 만화라는 콘텐츠를 좀 살리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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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미노루 후루야 팬 > 후훗, 정말 재미있다. 거짓말이지만.
극락 사과군 3 - 완결
하야시 마사유키 지음 / 시공사(만화)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1권 표지는 메모지 대용으로 쓸 수 있다고 한다. 2권은 산림자원이 어떻게 낭비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3권... 3권은 작가도 오만해졌는지, 아님 출판사에서 자신감이 붙었는지 '후루츠 개그'라는 장르까지 붙여버렸다. ~경사로세~ 이런 종류의 만화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아닐 사람은 아닐 것으로 극명히 갈라진다고 생각한다. '사과군'은 '우당탕탕 괴짜가족'처럼 극도로 정교화된 슬랩스틱도 없고, '이나중', 혹은 미노루 후루야의 후속작들인 '클레이지 군단'이나 '그린힐'에서처럼 현실에서의 극을 치닫는 상황속에서 개그를 보여준다든가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사과군'에 남아있는 것은 뭘까? 그건 '억지'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밀고 나가는데, 작가의 필력도 좋고, 특히 컷을 구성하는 흐름이 또한 죽여준다. 그래서 매일 매일 감동하고 있고, 대사를 외워서 주위 친구들과 문답을 주고 받는다. 거짓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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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초록미피 > 게이 커플의 사랑과 생애
컴플렉스 1
만다 링고 지음 / 아선미디어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만다 링고는 동생이 좋아해서 알게 된 작가인데, 뭐랄까- 나와는 '코드'가 맞질 않아서 그리 좋아하진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전에 해적판으로 나왔던 <컴플렉스> 연작을 아선미디어의 정식판으로 보게 되면서 지금까지 만다 링고에 대해서 갖고 있던 편견(쇼타콘 변태작가-_-)이 스스륵 녹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컴플렉스>는 수년에 걸쳐 연재된 연작으로, 주인공 쥰이치와 타츠야는 친한 소꼽친구였으나 초등학교 시절의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하여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몇 번의 갈등을 겪으면서 대학까지 함께 입학하게 된다. 대학 입학과 함께 시작되는 동거 생활에는 몇 번의 위기도 있었지만 이들은 알콩달콩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여기까진 소위 '학원물'로 분류되는 야오이들과 크게 다른 점을 찾긴 어렵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크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둘은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 '선을 봐라'라는 가족들의 압력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타츠야는 직장동료와 결혼해 남들처럼 평범한 가정을 꾸리게 된다. 그리고 5년. 타츠야와 쥰이치는 다시 만나 같이 살게 된다. 그리고...그리고...

이 작품은 드물게 게이 커플의 전 생애를 다룬다. 초등학교 때부터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를 오해하고, 또 화해하고 사랑을 하고, 다시 헤어져 지내다 만나서 사랑하고. 2대에 걸쳐 진행되는 이 게이 커플(들)의 이야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평범한 야오이물에서 벗어나, 동성애 커플의 사랑-아니지, 과연 진정한 사랑이란 어떠한 것인가를 생각하는 따뜻한 드라마로 변모한다.

첫 장을 넘겼을 땐 '아 이 작가 또 쇼타콘 변태만화 그렸네'라는 심드렁한 심정이었지만 마지막 권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는 눈물로 앞이 흐려 페이지를 차마 넘길 수가 없었다. 남자면 어떻고 또 아니면 어때. 이렇게 서로 사랑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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