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월드 핑거그림책 3
조미자 지음 / 핑거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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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타이어 월드 

조미자 작가님의 ‘내 마음속 그림책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타이어 월드>를 마주했다. 첫 번째 작품이었던 <불안>이 우리가 품고 있는 크고 작은 불안을 다채로운 색으로 시각화해서 보여 준 셈이라면, 두 번째 작품인 <가끔씩 나는>은 간혹은 높아지고 낮아지며, 빨라지고 느려지기도 하는 일상의 리듬을 다루었다. <타이어 월드>는 조금 더 한 발자국 멀리 떨어져, 관조하는 시선으로 읽게 되는 작품이다.

영화 <토이 스토리>는 더 이상 아이의 사랑을 받지 못해 상처받은 장난감들의 아픔이 역동이 돼 흘러갔던 영화였다. 고유의 쓰임새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을 때, 그 존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장난감의 주인인 아이들이 커버리면서 장난감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자, 다른 주인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 누구의 필요가 아니어도 이대로 충분하다며 자기 긍정의 세계를 찾아 떠난다. 육중한 차체의 무게를 견디며 궂은 날씨, 험한 길 마다하지 않고 굴러갔던 타이어들이 결국 도착하는 곳. 낡고 구멍 나 차를 움직이는 역할을 못한 채, 차에서 해체되어 무더기로 모여있다고 해도 타이어들은 서글퍼하지 않는다.

💬여태 애썼어.”
💬사람들에게 물건 전해주느라 고생 많았어.”

나직이 주고받는 타이어들의 목소리가 수런수런 들리는 듯하다. 바닥과의 마찰열과 따끔함을 버티며 조금은 일찍, 혹은 좀 더 늦게 은퇴한 타이어들의 동창회. 어깨가 축 처진 채로 지하철 고리 손잡이에 몸을 기댄 채 흔들리는 아무나 붙잡고 애썼어요, 한마디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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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 무루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
무루(박서영)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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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그늘 어룽진 곳, 그림책 한 장면>

 

무루 선생님은 어떤 사람일까 늘 어렴풋이 떠올려 본다. 싱그러운 식물들을 정성스레 가꾸고, 바람이 솔솔 통하는 방에서 차를 홀짝홀짝 마시며 그림책을 음미하는 사람들을 늘 모으는 사람.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던 차에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의 출간 소식을 들었다. 아직은 시린 초봄, 완전히 몸이 녹는 진짜 봄을 기다리듯 눈이 번쩍 뜨였다. 무루님을 직접 뵙기 전에 텍스트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손이 바르르 떨리는 기분이었다.

 

묘하다. 작가가 사는 삶과 나의 삶이 무척 다른 방식인 부분이 없지 않은데도 그가 넌지시 손가락을 짚는 부분에서 나도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는 것이. ‘난 이렇게 살아요. 여태 살며 내가 찾은 가장 편안한 방식이에요.’ 하는 것이 마치 ‘어떤 삶이든 지지해요.’ 라고 번역돼 읽히는 경험을 했다. 어떤 일상이건, 어떤 삶의 모습이건 아름답다. 그 길목마다 오래전에 책장 사이에 껴둔 나뭇잎 책갈피를 발견하듯, 보물같이 그림책들이 나타난다. 6월의 능소화와 7월의 배롱나무꽃을 비교하는 게 무의미하듯, 모든 꼭지마다 아름다워 밑줄을 긋는 연필이 어쩔 줄을 몰랐다. 일주일 전 제라늄과 메리골드를 마당에 심고 한시간이 멀다하고 들여다보던 초보 식물덕후인 내가 가장 공감했던 부분을 같이 나누고 싶다.

 

“한계를 인정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삶의 지혜 아닐까. 내 손에서 모든 식물이 다 자랄 수 없다는 현실과 아파트 베란다라는 한계를 인정하고 나서 나는 이전보다 더 많은 식물을 더 잘 키울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열매도 좀처럼 맺지 못하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살아서 꽤 우거진 정원이 되었고 어떤 밤에는 그림책을 읽다가 문득 나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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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던 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
김금숙 지음, 정철훈 원작 / 서해문집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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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오는 듯하다. 얼마나 많은 이름 없는 자들이 있었을까? 김금숙 작가의 뚝심있는 작품을 또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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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거게임 -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2020 여름방학 추천 도서 신나는 새싹 136
조시온 지음, 임미란 그림 / 씨드북(주)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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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축구를 한 날>로 첫 그림책 데뷔를 한 조시온샘이 두 번째 그림책을 한창 준비하고 있다고 했을 때, 소재가 뭔지 물어봤었다. “책 나오면 그때 말해줄게요.”하길래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다. “앵거 게임? 화에 관한 그림책이라고?” 좋그연 멤버 중에서도 가장 화낼 것 같지 않은 부처님 같은 사람이 화 그림책을 만들었다니 아이러니해서 혼자 킥킥 웃었다.


💬샘도 화날 때가 있어요?”
💬응, 나도 화날 때 많죠. 말을 안 할 뿐이에요.”


사람들이 화를 참는 법, 남의 화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익히려고 애쓰고 있을 때 작가인 조시온 선생님은 반 아이들이 어떻게 감정을 폭발시키고, 해소하는지 관찰하고 있었다. 그 오랜 관찰을 바탕으로 만든 이 그림책에 심리학과 뇌과학 서적을 탐독하는 그녀의 취향이 버무려져 더욱 탄탄해졌다는 사실!


홍성수 교수님은 <말이 칼이 될 때>라는 책에서 우리가 내뱉는 말들이 실제로 무기나 다름없을 수 있음을 얘기해 왔다. <앵거 게임>은 우리의 화가 ‘앵거 게임’ 어플을 통해 실제로 상대에게 물리적 공격을 하면 어떨까?라는 상상으로 시작된 그림책이다. 화를 내면 데미지를 입는 쪽은 어디일까? 끝내, 화를 내는 사람도 그 화를 받아야 하는 사람도 생채기를 입는다.

그림책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고 싶어 도산공원에서 한참 시간을 보냈다. 하필 어제 바람이 많이 불어서 책을 세워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자꾸만 넘어졌다. 어금니를 악물고 “야, 바람! 너 이제 그만 쫌 불어라 엉?” 하고 소리치고 있으니 운동하며 걷는 할아버지들이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서도 나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앵거 게임> 사진을 찍으며 화를 내고 있는 내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람이면 화 내며 사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생각하니 그제서야 애꿎은 바람에게 화풀이를 멈출 수 있었다. 화가 나면 오솔길을 거닐 듯, 잠깐 뜸을 들여보는거야.


“화 내지 마!” 라고 말하기보다, “화를 내도 괜찮아. 하지만 이런 방법은 어때?” 하고 슬며시 끼어드는 그림책. 감정 그림책의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할 찐한 예감이 든다. 다들, 앵거 게임 한 판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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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솔직한 아홉 살 인생
유루시아 지음 / 인디펍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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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솔직한 선생님의 속마음] 유루시아 선생님의 교실에세이

교육감성매거진 에듀콜라 집필진으로 2018년 합류하게 되면서 유루시아 선생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내가 느끼는 루시아 샘은 가진 능력이 눈부시게 많으면서도 가끔은 뒷걸음질치며 망설이는 사람이었다. 무엇을 하고 싶을 때 한 번 더 멈췄다 생각을 해 보는 사람, 이미 충분히 잘하고 남을텐데도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을 다시금 해보는 사람이었다.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린데도 왜 망설이는거야! 하고 소리치고 싶어지는 그런 사람.

가진 밑천이 없는데도 일단 달려들고 보는 나와 대조적이어서, 그런 모습이 매력적이어서 자꾸 한번씩 돌아보는 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선생님, 루시아샘이 에듀콜라에 연재하던 글과 그림을 책으로 엮어서 낸다고 했을 때,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아이들과 빚어낼 그녀의 새로운 모습이 눈에 선히 보이는 것 같아서, 그걸 얼른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토닥토닥 카드 교환하기 활동을 하며) 그런데 너희가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것처럼 볼까지 붉어지면서 웃을 줄은 몰랐어. 나는 그냥 카드를 읽어주며 손을 잡고 웃으며 눈을 맞춘 건데.”

야심한 밤에 잠은 안 자고 ‘밤편지’를 쓰며 아이들에게 마음을 있는 힘껏 내어준 뒤 그걸 ‘그냥’ 이라고 아무렇지도 퉁치고 넘어가다니! 독자들은 코가 매워지건 말건 알아서들 감동하게 만들어 버려도 되는거야? 하나도 멋부리지 않고 담백하게, 호언장담보단 소박하게, 루시아샘의 힘 뺀 마지막 한 마디에 되려 기운이 난다.

“먹구름을 보느라 도처에 숨은 반짝임을 놓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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