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뚜기 창비아동문고 274
진형민 지음, 조미자 그림 / 창비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형민 작가의 <꼴뚜기>를 읽었다. 단편동화를 모은 동화집이지만 등장인물이 다 다르지 않아서 좋다. 짧은 호흡에서 등장인물을 새로 파악하고 머릿속에 정착시키기까지 나름 시간이 걸리는데, 이 작품집은 주인공들은 다 같다. 각기 짧은 새로운 작품이긴 하지만 말이다.

역시 첫 단편 ‘꼴뚜기’가 가장 훌륭했다. 급식 반찬으로 꼴뚜기가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멋지고 흔치 않은 제목 아닌가, 꼴뚜기!)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지만 아무도 그 꼴뚜기를 먹으려 들지 않는다. 선생님이 “너희들 꼴뚜기 왜 안 먹어? 딱딱해서 그래? 딱딱한 것도 자꾸 씹어ㅑ 턱이 튼튼해지는 거야. 자, 조금씩 받아.” 하니 아이들이 기겁을 하며 피한다. 왜일까? “너희들이 뭘 몰라서 그러는데, 이 꼴뚜기에는 ...타우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스트레스 해소에도 엄청 좋거든. 에잇, 너희들 편식해서 스트레스 받는데 나라도 실컷 먹어야겠다.” 하고 선생님이 천천히 입으로 꼴뚜기를 가져가시고..(늘 그렇듯 스포는 생략!)

‘아이들은 천사같이 순수한 존재’ 라는 시선과 ‘아이들은 한없이 악할 수 있는 존재’ 라는 시선이 존재한다. 둘 다 아니면서 둘 다 맞다. 세 살짜리 아이들도 어린이집에 가서 어린이집 선생님에게는 복종하고 돌봄할머니에게는 갑질(?)한다고 들었다. 그저,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살아남으려는 본능만이 발달해 있는 경우가 많다. 곤경을 피하려면 거짓말도 치고 누명을 뒤집어 씌우기도 한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그런 아이들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러나 아주 잔혹하지는 않게 그렸다. 직장생활을 해 본 어른들도 무척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느꼈다. 어른을 위한 단편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어린이 문학을 함께 좋아하는 친구 원마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이기도 하다. 아동문학 창작 수업에 한 번 강의를 오신다고 하니 두근두근하는 맘으로 더 많은 작품 읽어두어야지! 떨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콩가면 선생님이 웃었다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동화동무씨동무 선정, 2017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7 오픈키드 좋은 어린이책 추천 바람어린이책 5
윤여림 지음, 김유대 그림 / 천개의바람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고 싶어 한참을 벼르고 있었던 두 권의 책 <콩가면 선생님이 웃었다>, <콩가면 선생님이 또 웃었다>를 읽었다. 천개의 바람에서 펴 낸 책이며 윤여림 작가의 작품이다. (책 빌려주신 김진향 선생님 또또 감사합니다 ^-^)

최근 두 달 동안 80권 정도의 어린이, 청소년 문학을 읽었다. 방금 세어보니 그 중에서 학교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건 겨우 10권 뿐이다. 학교가 배경인 작품이 반 정도는 되고, 배경이 되지 않더라도 학교 이야기는 반드시 나온다. 대부분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된다. 그러다보니, 학교 묘사에서 등장하지 않을 수 없는 선생님의 캐릭터가 엇비슷한 경우가 많게 된다. 원종찬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주인공 아니라 조연급 등장인...물이라도 판에 박힌 전형적인 캐릭터라면 입체적인 작품 창작에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많은 작품들을 읽다보니 아주 유명하고 사랑받는 작품인 경우에도 전형적인 캐릭터를 설정한 경우가 많았다. 모든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개성 뚜렷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못할 때도 있다. 작가가 선별한 몇 몇 캐릭터를 부각시키려면 나머지 인물들을 평범하게 그려야만 하는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다 비슷비슷한 선생님 캐릭터에 힘이 빠지던 찰나에 정말 독특하고 매력적인 선생님 캐릭터를 만났다. 바로 콩가면 선생님이다. 절대로 웃지 않는 선생님, 표정도 변하지 않는 선생님이다.

“선생님 근육에 문제가 있나? 어디서 봤는데요, 웃음근육에 문제가 생기면 못 웃는데요.”
“아니야, 나도 웃어. 너희도 언젠가 내가 웃는 걸 보게 될 거야.”
“정말요?”
“나는 거짓말 안 해.”

선생님이 언제 웃으시는지 궁금해서 책을 끝까지 읽었다. 교사인 나로서는 그게 너무 공감이 돼서 키득키득 웃었다. 물론, 안 읽은 독자들을 위해서 스포일러는 금물이다. 히히.

날마다 숙제를 내 주는 선생님. “숙제 안 해 와도 벌은 없다.” 라고 하시고, “숙제해 왔다고 상 주는 것도 없다.”고 하신다. 그러면 머리가 어떻게 되지 않고서야, 누가 숙제를 해 오겠는가? 그런데 애들이 이상하게 처음엔 반 정도만 숙제를 해 오더니, 점점 늘어 거의 반 친구 모두가 숙제를 해 오기 시작한다.

아주 묘한 매력을 가진 선생님이다. 그렇다고 마술을 부리거나 애들을 사과로 만들어버리는 판타지 요소가 들어간 이야기도 아니다. 내 주변에는 저런 선생님이 없을 것 같지만 또 어딘가에는 존재할 것도 같다.

매력적이고 보기 드문 선생님 캐릭터를 바탕으로 각 장마다 아이들 나름의 고민이 담겨 있는 이야기가 진행된다. 유일하게 숙제를 해 가지 않는 강성인, 헌 옷만 입는 아린이, 달걀조림만 먹으면 방구가 나오는 가빈이, 고민을 가진 아이, 그리고 또 다른 아이..

루이스 새커의 <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이 문득 떠올랐다. 그 작품과 이 작품은 결은 다르지만, 출발점은 같다고 느꼈다. 세상에 그냥 평범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한 방이 있고, 누구나 가볍고 무거운 근심이 있다. 만화경처럼 다양한 사람의 갖가지 고민을 읽다보면 없던 내 근심도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콩가면 선생님이 평소에 좀 안 웃으면 어떠랴? 언젠간 웃으실텐데 :) 웃으면 됐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평 쓰는 법 - 독서의 완성 땅콩문고
이원석 지음 / 유유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또! 유유 출판사의 땅콩문고를 읽었다. <서평 쓰는 법>. 이 책은 이미 2016년에 출간되었고, 나는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땐 읽을 생각이 없었다. ‘책 읽기도 바빠 죽겠는데, 언제 서평을 쓴단 말야? 그 시간에 차라리 책 한 권을 더 읽지.’ 하는 생각이었다. 책을 읽어도 ‘내가 그 책을 읽었지.’ 라는 사실 하나만을 제외하고는 줄거리조차 간단히 읊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작년부터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서평? 내가 써왔던 그 글들을 서평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작년에 열심히 쓰다 보니 무려 180편을 썼다. 쓰면서도 늘 체계없음에 답답해하고, 바탕없음에 부끄러워 했던 터다.

이 책을 읽으면, 내가 쓰는 보잘 것 없는 서평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읽...었다. 나중엔 그런 how to를 구하려기 보다는 ‘서평은 왜 써야하지?’ ‘서평은 뭐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더 매료돼서 읽게 됐다.

목차를 살펴보면 서평의 본질, 목적, 요소, 방법까지 차근차근 짚어나가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례가 소개되고, 무척 많은 책들이 인용되어 아주 읽을만하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철학자 얘기가 나올 때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되지만 괜찮다. 사 두고 천천히 또 읽어보면 된다.

서평을 쓰기 전과 쓰기 시작한 후의 나를 스스로 비교해 보자. 쓰기 전의 나는 “오, 이 책 재밌다. 강추강추. 읽어봐 읽어봐!” 하고 책의 호불호만을 강조하고는 끝났다. 무엇이 어떻게 좋았는지 밝히더라도, 짧게 일축하고 넘어갔다. 서평을 쓰고 난 이후엔 좋은 부분을 인용하고 싶어 밑줄을 긋기 시작했고, 왜 그 부분이 좋았는지 말하기 위해선 책을 완독 후에 다시 밑줄 친 부분을 훑어봐야 했다. 밑줄 그은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가장 좋았던 부분을 고르기 위해선 또 한 번 살펴봐야 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어떤지 말하기 위해서 작가 이력도 살펴야했다. 그냥 읽는 것과 서평을 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런데!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정의하는 것이 있다.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를 알고 있는가?’ 어렴풋이 아는 사람은 있어도 뚜렷이 둘의 차이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의상의 차이는 명백하다.

“독후감이 독백이라면, 서평은 대화입니다. (...)독후감은 읽는 상대를 설득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고, 독자의 정서 공감을 기대하며 소극적 수용에도 만족합니다. 서평은 서평에서 다루는 책에 대한 성찰을 전달합니다. (...) 서평은 쓴 사람이 의도한 반응이 있어야 합니다. 보통 의도하는 반응은 서평의 독자가 책을 읽는 겁니다.”

내가 쓰는 서평은 주관적으로 내 정서를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는 독후감인 것 같지만, ‘이 책을 당신도 읽었으면 좋겠어요.’ 라는 어필을 강하게 하는 점에서는 또 서평인 것도 같다. 나는 전문 서평가나 비평가가 아니다. 내가 쓰는 것이 독후감인지 서평인지 구별이 별로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굳이 명명하자면 내가 쓰는 건 ‘책 소개글’ 같다. ‘책 구입을 부추기는 글’ 정도가 될 수도 있다.

“서평 쓰기는 심화된 독서 행위입니다. 더욱 깊게 책을 읽는 가운데 자신을 더욱 깊이 읽게 되는 것이지요.”

”좋은 서평을 쓰려면, 다루는 책이 뭐가 됐건 이런 이중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책에 매료되어 다가가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책으로부터 냉철하게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내가 서평을 쓸 때 하는 행위가 고스란히 적혀 있어서 뜨끔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술술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떨 땐 글이 콱 막혀서 책만 들었다 놨다, 키보드로 타자를 톡톡 썼다 지웠다 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처음 책을 집어 들었을 때나 막 서평을 쓰기 시작할 때는 머릿속에 그 책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기 일쑤입니다. 그럼에도 원고지나 키보드에 글을 쭉 써 나가다 보면, 어느 샌가 자연스레 글에 질서와 형상을 부여할 수 있게 됩니다. 의식 이면에 자리하던 모호한 느낌과 판단이 하나의 일관된 틀 속으로 짜여 들어가 언어화되는 것입니다. 스스로 생명을 가지고 자라게 되는 것이지요.”

A4 한쪽 남짓한 리뷰를 완성하고 나면 잠시 정신을 놓쳤다가 되찾은 기분이 난다. 분명히 뭘 하고 있었는데, “오, 지금 시간이 이렇게 됐나?” 하는 느낌. 몇 십분 동안 몰입해서 글을 쓰는 그 순간이 짜릿하고 즐겁다. 서평도 이러는데, 하물며 이야기를 창작해 내는 작업은 어떨까. 아마 세상 모든 작가들은 중독 때문에 글을 쓰는 걸 거다. 나는 그걸 안다.

ps. 1인 출판사 유유의 책이 끝도 없이 나왔으면 한다. 조성웅 대표님 아자아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냉이 평화그림책 10
권정생 시,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TV를 전혀 보지 않는다. 수동적으로 자꾸 화면을 바라보게 돼서 시간 잡아먹는 무서운 존재라, 8년 전에 끊었다. 그 대신 늘 집에선 외출 준비하며, 방 닦으며, 빨래를 널며, 팟캐스트를 듣는다. 팟캐스트 어플을 켜고 ‘그림책’ 이라고 검색을 했다. 수백개의 에피소드가 검색이 되길래, 죽 살펴보다가 한 개를 꾹 눌러서 재생했다. <서천석의 아이와 나> 팟캐스트에 아동평론가 김지은 선생님이 나오셨다. ‘2015년 올해의 그림책’ 편이었다.

‘오! 글 잘 쓰시기로 유명한 김지은 선생님이 고르신 2015년의 그림책은 뭘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서천석 박사님도 10권, 김지은 선생님도 10권 선정하셨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메모장을 켜서 그림책 목록을 받아 적...었다. 내가 아는 작품이 나오면 반가워서 히죽히죽했고, 몰랐던 작품이 있으면 다급하게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렇다. 오늘 소개하는 그림책은 권정생 선생님이 쓰신 시에 김환영 화백이 그림을 그려 만든 책이다. <강냉이>. 투박하게 붓 자국이 남은 표지. 그림물감이 말라서 굳어진 질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아이가 형이랑 엄마랑 강낭콩 한 알, 두 알 심는다. 잘 크라고 거름도 주고, 오줌도 날마다 거기다 눴다. 한참 잘 크는데, 전쟁이 터졌다. 피난길을 떠나야 한다.

아무것도 모른채 한 장, 두 장 넘기는데 손이 바르르 떨리고 눈 앞이 흐려졌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건 이야기 그림책이 아니다. 시그림책이다. 시 한 줄에 그림 한 장, 시 한 줄에 그림 한 장.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느낌. 그저 심어둔 강낭콩이 얼마나 컸는지가 궁금한 아이의 눈에 그려진 전쟁이 우리를 더불어 울게 한다.

왜 그 팟캐스트에서 김지은 아동평론가가 ‘2015년 올해의 그림책’ 중에서 이 책을 으뜸으로 꼽았는지 알 수 있었다. “말이 필요없죠. 무조건 사셔야 합니다.” 라고 짧게 말씀하셨던 책. 이 책을 상수에 있는 그림책 카페 <노란우산>에서 사서 읽은 뒤, 그 자리에 함께 아동문학 책 모임하는 친구 효진이에게 읽어보라고 주었다. 조용하게 책장을 한 장씩 넘기더니만 덩달아 눈가가 젖었다.

삶 자체가 작품이었고, 작품이 삶이었던 권정생 선생님. 어린 권정생 선생님이 눈에 그려진 전쟁이 이런 모습이었고 그게 <강냉이>라는 시로 남았다. 그 시를 마치 눈 앞에 그려지듯이 있는 그대로의 색으로 가득차게 담아준 김환영 선생님의 그림에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한 장 한 장이 너무 벅차서 어쩔 수가 없다. 오랜만에 힘주어 말씀드린다. 빌려보지 말고 꼭 사서, 평생 소중히 간직하시기를. 자주 꺼내 읽고, 말문을 잃으시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뷰 쓰는 법 - 내가 보고 듣고 맡고 먹고 느낀 것의 가치를 전하는 비평의 기본기
가와사키 쇼헤이 지음, 박숙경 옮김 / 유유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궁금함을 못 견딘다. 인내심도 별로 없다. 하고 싶은 건 어떻게든 해서 직성이 풀린다. 책도 그렇다. 안 읽은 책이 100권도 넘게 쌓여 있는 것 같은데 또 책을 산다. 왜냐고? 어떤 책이 너무 못 궁금해서 못 견뎌서 할 수 없이(?) 사는 것이다. 정말 어쩔 수 없어서(?) 사는 거라니까.

어쩌다보니 유유 출판사의 <서평 쓰는 법>을 읽었다. 날마다 서평을 쓰는 내가 잘 쓰고 있는지 궁금해서 안 볼 수가 없었고, 내가 쓰는 게 서평과 독후감의 그 중간쯤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러던 차에 또 <리뷰 쓰는 법>이 출간된 건 알게 됐다. 유유 대표님 조성웅님께 댓글로“두 권이 어떻게 다른 건가요?” 여쭈니 “리뷰는 다루는 대상이 더 광범위합니다.” 하고 답해주셨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어떻게 두 책이 다른지 궁금해서 안 볼 수가 있나. 차이점이 궁금해서 사 버렸다! 원제는 <はじめての批評>. 번역하면 비평의 첫걸음 정도 되겠다.

<서평 쓰는 법>과 <리뷰 쓰는 법>을 비교해서 말하자면 이 책이 더 친절하고 더 간결하다. 모든 챕터가 2쪽 남짓이다. 절대로 3쪽을 넘어가지 않는다. 분량이 일정하다는 것은 의도된 것이고 핵심만을 담기 위해서 최선을 다 했다는 뜻이다.

차례를 살펴보면 비평의 뜻, 준비, 쓰는 과정, 글쓰기 과정에서의 유의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꾸 리뷰나 서평에 관한 책을 사서 읽고 글을 쓰다 보니 좀 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리뷰를 쓴다는 것은 삶을 성찰하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이것보다 좀 더 나은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일기를 쓰고, 하루를 되돌아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내가 작가와 아는 사이가 아니어도, 돈을 받고 글을 기고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리뷰를 쓴다. 대가도 없이 쓰는 글은 왜 쓴단 말인가?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쓰는 것이다.

"어떤 책을 읽고 시시하다고 느끼고, 시시하다고 쓰는 것만으로는 비평이 되지 않습니다. 거기서 끝나 버리면 단지 감상일 뿐입니다. 그렇지 않고 왜 시시한지를 세세히 따져 보고,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고, 왜 그렇게 재미없는 것이 나왔는지 헤아려 보는 것. 더 욕심을 낸다면 개선 방법을 제안해 보는 것. 거기까지 가야 비평의 첫 걸음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단지 주관을 털어놓는 데 끝나 버리고, 그러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즉 비평에는 명확한 문제 제기가 필요합니다.”

또, 어휘를 늘려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잘 관찰하고 잘 분석하고 잘 정리하면 어떤 대상이라도 ‘재미없다’는 한마디로 정리될 리 없습니다. 애상을 특별히 변호하려 하지 않더라도, 재미가 없으면 재미없는 특징 몇 가지는 있습니다. 틀에 박힌 말로 때우는 것은 그러한 특징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글쓴이는 게으른 겁니다. 타성에 젖은 글은 독자에게도 대상에도 불행입니다.”

날마다 북 리뷰를 올리다 보니 어휘고갈에 시달린다. 늘 쓰던 표현이 반복되니 내가 민망해서 스스로 다른 표현을 쓰고자 노력하게 됐다. 노력하는 마음을 가진다곤 해도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니, 좋은 표현이 책에 나올 때마다 연필 꾸욱 눌러 쥐고 밑줄 좍좍 그을 수 밖에. 이쯤 되면 시인들이 왜 조사 하나에 시어 하나에 머리 싸매는지 모를 수가 없다.

4부, ‘비평을 단련하다’ 에 접어들면 구체적인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 ‘-하는 것을 쓰지 않는다’, ‘강조할 내용은 짧게 쓴다.’, ‘외국어 의존중에 주의하자’ 등등이다. 특히 마지막의 ‘현재의 문제에 집중하자’가 인상적이었다.

"오늘에 관한 이야기를 철저히 해 보면 어떨까요? 현재의 문제나 지금의 좋은 점을 파고드는 겁니다. 미래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시선을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집중해야 할 문제는 현대를 다시 고쳐 보고, 그로부터 중요한 것을 발견하는 일일지 모릅니다.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며, 나를 성장시키는 리뷰 쓰기.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내가 나를 키우는 도구이자 즐거운 취미로 손가락 관절과 뇌주름이 나를 허락하는 한 계속해 볼 생각이다. 즐겁도다.

ps. 번역이 놀라울 정도로 매끄러워 '도대체 누구지?'하고 봤더니 아동평론가 박숙경 선생님이다. 아동문학 창작 수업에서 내 습작을 합평해 주실! 번역까지 잘 하시다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