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씹어 먹는 아이 - 제5회 창원아동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61
송미경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서모임 동적평형에서 처음으로 어린이 책을 선정해서 읽었다. 그게 5월이었는데, 정작 그때는 아쉽게 놓쳤다가, 이번에 준님에게 책을 선물받아 읽게 되었다.
-
-

우리가 어린이 문학을 읽는다고 할 때 기대하게 되는 그런 느낌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었다. 화사한 파스텔이나 원색이 아니라 회색 느낌이 가득했다.
-
-

7개의 단편이 모인 작품집인데, 첫 단편 '혀를 사 왔지' 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이렇게 시작한다.
-
-

"시장에 갔어. 일 년에 한 번, 삼 일간 열리는 '무엇이든 시장' 에 말이야. 셀 수 없이 많은 상인들이 각자의 물건들을 가지고 모여 있었어. 시장 입구 하얀 파라솔 아래엔 회색 고양이가 온갖 눈썹을 늘어놓고는 한가롭게 누워 잠들어 있었지. 고양이는 팻말을 세워 놓았더군."
-
-

눈썹을 파는 고양이, 뼈를 파는 말, 귀를 팔고 있는 아이, 꼬리를 파는 원숭이, 정수리에 씨앗을 심어 주는 가게, 혀를 파는 당나귀.
-
-

과연 이 아이는, 어떤 물건을 결국 샀을까?
-
-

자연스럽게 팀 버튼이 떠오르는 정도의 번쩍이는 상상력과 어둑어둑한 분위기가 정말 남달랐다. 
-
-

세 번째 단편인 '나를 데리러 온 고양이 부부' 도 놓치기 정말 아깝다.
-
-

어느 날, 지은이를 찾아온 고양이 부부, 자신들이 이 여자아이의 부모라고 주장한다. 아이를 찾아온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당당하게 지은이의 엄마에게 찾아와 아이를 되찾아가겠다고 말하는 고양이 부부. 지은이 엄마는 뒷목 잡고 뒤로 넘어갈 판이다.
-
-

고양이 부부의 도도함과 당당함에 흠뻑 빠질만한 구절이 있었다. 웃음도 저절로 났고 ㅎㅎ
-
-

"우선, 차부터 내오세요. 미지근한 걸로 두 잔." 엄마 고양이가 소파에 올라앉으며 말했다. 엄마 고양이의 목소리와 검은 털은 그날따라 굉장히 우아하게 느껴졌다. 
-
-

"이봐요, 차 끓일 시간 없고, 김장하느라 바쁘니까 이 집에서 썩 나가요! 지금 당장!"
-
-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으라고 하면, 어떤 감상이 나올까? 꽤나 궁금해진다. 송미경 작가가 어린이 문학을 쓰지 않고, 성인을 위한 단편을 쓴다면? 그 또한 무척 궁금해진다. 페북 그룹 '책가방'에 리뷰를 쓰는 걸 머릿속에 염두에 두고 있어서 그런지 어린이 책에 자꾸 손이 간다 :)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