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배기의 맛 꽈배기 시리즈
최민석 지음 / 북스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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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의 에세이 두 권, 꽈배기의 맛과 꽈배기의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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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렇게 비슷한 제목으로 귀여운 표지의 책을 내는 작가가 있는거지? 이 사람 누구지? 하고 가만가만 보니 소설 '능력자' 의 작가 '최민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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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하는 그 설탕이 솔솔 뿌려진 꽈배기의 맛에 대해 논하려고 이 책은 쓴 건 아닐테고, 참으로 맛깔스러운 글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는 주변의 평에 홀려 책을 두 권 함께 구입하고 말았다.
(장담컨대 이 책들을 보면, 두 권을 한꺼번에 살 수 밖에 없다. 정말 그렇게 하고싶게 생겼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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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작가는 에세이를 쓰기 위해 소설가가 됐다고 했다. 문학을 하려면 등단을 해야 하고, 전업 작가로 꾸준히 에세이를 쓰면서 연명하기 위해서 간신히 소설을 썼다고 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그런 이유로 소설을 써서 작가가 된 사람이다. 그런 것부터가 상당히 곤조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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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말로 놀라울 정도로 책장이 잘 넘어간다. 책 전체에 걸쳐 농을 치는 것 같기도 한데, 그게 진짜이기도 한 게 느껴져서 막 와하하 웃을 일은 없지만 콧바람을 풍풍 내며 웃게 된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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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두 권의 서평을 함께 쓰려니, 밑줄 친 구절들이 아깝지만 제목처럼 꽈배기처럼 배배 꼬아 한꺼번에 쓴다. (제대로 마무리될 것 같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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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작가가 좋아하는 노래에 대해서 글을 쓸 땐, 도저히 그 곡을 듣지 않을 재간이 없다. 약간의 귀찮음을 무릅쓰고 곡을 재생하고 나면 글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작가가 내 귀에다 대고 오디오북을 읽어주는 듯한 짜릿한 느낌으로 글을 읽을 수 있다. Chet Baker의 음악을 다룬 꼭지는, 꼭 음악과 함께 들어보기 바란다. 둘 중 어떤 책에 있냐고? 그건 비밀이다. 같이 사서 읽으시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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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에서 "재능을 모두 소진한 작곡가의 표정"이란 표현을 접하고, 나는 창자가 쓰려오는 고통을 느꼈다. 내 입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이란 바로, 재능을 모두 소진한 작곡가의 표정, 즉 더 이상 자신의 몸에서 분출할 영감이 없는 예술가의 얼굴인 것이다. 무릎이 상한 마라토너의 표정, 아킬레스건이 잘린 축구선수의 표정, 손가락이 잘린 기타리스트의 표정, 영감을 상실한 소설가의 표정, 이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애처로운 표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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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영화에 대해서) 관객들 역시 20년째 같은 이야기를 접했으므로, '아, 이번에도 지방에서 끙끙' 이란 식으로 상상을 하고 들어가므로, 서사의 전개에 관해서는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그러다가 <북촌방향>처럼, 조금만 바뀌어도 관객들은 그저 그 작은 변화에 감동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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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대혁신이야! 지방이 아니라 서울에서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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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식의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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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돼봐야 고작 평범하게 지낼 수 있는 '작가의 길'을 택했다. 현실의 높은 장벽은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얻기 위해 쉼표를 없애고, 조사를 바꾸고, 단어를 고르는 일 자체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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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밤에 스탠드를 켜놓고 <You can't Go Home Again>을 즐겨 듣는데, 시원한 밤바람이 들어오는 5월, 창을 열고 들으면 정말 좋다. 특히 좋은 건 트럼펫을 연주하다 숨이 차서 쳇 베이커가 숨을 들이쉬는, 즉 들숨의 소리인데, 듣다 보면 '그래, 결국 사람이 하는 거였군'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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