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의 삶
최준영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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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인문학자로 알려진 최준영님의 신간, 동사의 삶을 읽었다. '동사의 삶' 을 읽는 순간 유유 출판사에서 나온 김정선님의 '동사의 맛' 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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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책이 나왔구나' 생각만 했는데 벌써 2쇄를 찍는다고 한다! 초판 1쇄를 얼른 구해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주문했다. 빨간 표지에서 생동감을 느꼈고, 조그마한 판형이 경쾌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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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KBS <명사들의 책읽기> 프로그램 제의를 받고 '명사'가 아닌데 출연하는 것이 망설이다 끝내 출연을 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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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명사가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동사의 삶에 가깝고요. 학위도, 소속대학도 없이 그저 떠돌아다니면서 강의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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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올해의 책제목' 감 아닌가! 명사가 아닌 동사의 삶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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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님의 글은 날마다 페이스북에서 보고 있지만 매일 꼬박꼬박 챙겨 읽지는 못했던지라, 연필 들고 밑줄 그어가며 맛있게 읽었다. 작가의 글 한 꼭지 한 꼭지가 신선했을 뿐 아니라, 인용된 구절들도 한 번 읽고 넘기기엔 너무 아까울 정도로 소중한 것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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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크게 배우다, 살다, 쓰다, 느끼다의 4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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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좀 더 주의깊게 읽은 부분은 '쓰다' 부분이다. 날마다 글을 쓰면서 내가 쉽게 저지르는 오류들을 족집게처럼 지적하고 있어서 뜨끔하며 읽었다. 소제목만 나열해보자면 이렇다. '것'만 빼도 좋아지는 문장, 문장 5적, 지적으로 게으른 표현 고치기 등이다. 지금도 리뷰를 쓰면서 불필요한 표현을 최소화하고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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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책보다 밑줄을 많이 그었지만, 추리고 추리고 일부만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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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좀 더 견뎌야 하는 겁니다. 갈라지고 터진 삶의 터전에서 외마디 비영도 없이 횡사한 물고기드의 처연한 주검들 아에서 우리는 도리 없이 숙연해져야만 합니다. 우리가 우리 사진을 위해 억지로 끌어내린 온도만큼 더 올라간 무더위를 아무 말 없이 감내하고 있는 저 거리의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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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자신의 문장을 간직하고 있나요? 혹 아직이라면 얼른 만드세요. 방법은 좋은 책을 찾아 읽으며 열심히 밑줄을 친고, 또 독서노트에 옮겨두는 거예요. 옮겨놓기만 해선 안 되죠. 이따금 찾아 읽어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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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면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들어서 좋고, 인간이 연주하는 음악이 아름다운 건 악기가 몸의 일부로써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며, 근육과 살의 육박으로 나아가는 자전거, 솜씨 좋은 목수의 망치질 역시 그러한 아름다움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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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가 너무 많으면 식물이 시들고 기름이 너무 많으면 램프의 불이 꺼지듯이, 우리 정신의 능력도 공부할 재료가 너무 많으면 나쁜 영향을 받는다." <위로하는 정신> 스테판 츠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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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와 닿았던 문장들을 이리 소비하고 나면 몸에서 기가 빠져 나간 기분이기도 해요. 그래도 어쩐답니까. 이렇게라도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거죠." (좋아하는 구절을 인용한 뒤 작가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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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자신의 내면에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 어떤 학자가 쓴 책을 읽고 그 안에 담긴 지식과 세계관을 공부하면 나의 내면에는 그 학자의 나무가 옮겨 심어진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나무의 종류도 각양각색일 것이고 숲은 면적도 넓을 것이다. 반대로 공부를 게을리 했다면 숲은 면적도 넓을 것이다. 반대로 공부를 게을리 했다면 숲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내면이 황량할 것이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 사이토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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