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피트니스 - 나는 뭔가를 몸에 새긴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 1
류은숙 지음 / 코난북스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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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쏙 들어오는 귀여운 판형으로 나온 '아무튼' 시리즈. 아무튼 서재, 아무튼 쇼핑, 아무튼 게스트하우스, 아무튼 망원동, 아무튼 피트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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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을 깊고 아름답게 다룬 책, '불안과 경쟁없는 이 곳에서' 작가인 수희님, 패트릭을 만나기 위해 강동구에 있는 순정책방에 갔다가 '아무튼 피트니스'가 눈에 쏙 들어와 얼른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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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몸에 처음으로 가지게 된 건 2006년이었다. 군살이 덕지덕지 붙은 내 몸이 싫어서 3개월 동안 살을 뺐다. 하지만, 급하게 빼느라 몸에 여러가지 후유증이 있었다. 10kg를 뺐을 때, 어느 날 아침에 어질어질하면서 쓰러질 것 같았다. 이러다간 큰일 나겠다 싶어서 그날로 무리하는 다이어트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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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유산소 운동은 꽤나 열심히 했다. 과식을 했건, 안 했던 중학교 운동장에 가서 1시간반씩 뛰고 걷곤 했으니까. 훌륭한 습관은 서울로 직장을 옮긴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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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양식인 책은 그토록 좋아하면서 왜 몸을 들여다 볼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던 걸까? 점점 내 몸에 대한 관심이 진지해지면서 몸에 근육을 붙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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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멋진 몸매를 가지고 싶기 때문에 시작했다고 하는 게 맞고, 그 다음엔 내 생활과 몸에 활력과 탄력을 입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혼자서 유튜브를 보고 이런저런 프리 웨이트 근육운동을 해보기 시작했다. 남들이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는 알았다. 아침 저녁으로 15분씩 정도씩 투자했을 뿐인데 배의 단단함이 다르고, 팔의 출렁거림이 달라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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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하던 때는 그게 대단한 건지 몰랐다. 그만두고 나니까 그때만큼 슬림하고 탄탄한 몸이 아닌 것 같아서, 매일 한다는 것이 대단함을 몸소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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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날마다 일하고, 날마다 책을 (미친듯이) 읽고, 날마다 먹고 싼다. 그러면 그 몸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해야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 아니겠는가? 좀 더, 내 몸을 부지런히 들여다보고 관심 기울였으면 한다. 가능하다면 근육 이름도 공부하고 해부한 책도 참고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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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가 너무 길어졌다. 이 일을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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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을 꾸준히 해오던 류은숙 작가는 고도비만에 각종 통증을 몸에 달고 살았다. 더 이상 안되겠다 싶을 때 병원에 갔다가 의사에게서 "이대로는 정말 위험합니다." 라는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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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짱이 되기 위해서, 예쁜 옷을 입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그녀는, 운동을 시작했다. 정확히는 헬스장에 가서 트레이너에게 PT를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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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리프트를 처음 했을 때의 얘기, 체스트 프레스를 하면서 느꼈던 해방감, 누구나 한다는 스쿼트를 하는 이야기.. 정말 운동을 배워가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그러면서 느껴지는 서글픔, 신남, 반성, 화남도 고스란히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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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아주 그냥 술술 읽힌다.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아서 늘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통쾌하기도, 위안을 받을 수도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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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고 대담한 글들, 밑줄 친 것들 중 일부만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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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행위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게 중요했다. 남은 음식 청소하기, '처묵처묵' , 때운다, 해치운다, 아무거나... 내가 먹는 행위를 표현하는 데 이런 말들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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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는 거의 매일 저녁 역도 클럽에 다녔다고 한다. (와우, 만달레다 헬스클럽에 다녔네!) 당국의 탄압과 생활고, 인권변호사 생활로 바늘 하나 꽂을 틈 없는 빡빡한 생활이었는데 말이다. 수배를 피해 도피하던 새활 중에도 매일 아침 다섯 시면 일어나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한 시간 가량을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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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내 몸의 소리를 경청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이 신호를 무시하고선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일 에너지 같은 건 생성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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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해서 몸이 좀 좋아졌다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의 또 다른 버전을 만들지 말자. 똑같은 산수로 서로 다른 생을 비교할 수 없다. 생애 주기에 따라서가 아니라 나에게 특화된 나의 몸과 활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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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대해 알아갈수록 다양한 삶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동안 생각 없이 몸에만 신경쓰는 이들이라고 폄하했떤 사람들이 실은 최선을 다해 자기를 다듬고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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