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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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서 '질문하는 책들' 이라는 서점을 운영하는 김대선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힐빌리의 노래. 처음엔 힐빌리가 뭔지 몰랐다. 제목으로만 추측해선 팔자가 기구한 여인의 라이프 스토리 정도일까? 생각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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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Hillbilly Elegy. 힐빌리의 애가, 비가 정도 되겠다. 힐빌리란 백인 노동자층을 의미하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는 백인 쓰레기를 의미하는 화이트 트래쉬 (White Trash), 흰 피부에 빨갛게 목만 탔다는 레드넥 (Red neck) 등이 있다. 비하하는 의미가 충분히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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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J.D.밴스는 오하이오의 철강도시, 백인 노동자 마을에서 자라났다. 알콜 중독과 마약과 폭력과 저학력이 온 마을의 분위기를 감싸고 있는 그런 곳에서. 그런 곳이 삶의 터전이었던 저자가 내부인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이 어떠한지 샅샅이 그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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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때, 젊디 젊은 부모님이 10원 한장까지 아끼며 알뜰하고 성실하게 살았던 기억은 내 기억에 남아있지만, 절대적인 빈곤을 겪은 적이 없다. 영화나,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볼 때 '왜 저 사람들은 어려운 환경인데도 되려 술을 마시고 마약을 할까?' 의아한 적이 많았다. 힘들다보니 저런 데 손을 대게 됐구나- 정도의 막연한 생각을 해 보았을 뿐. 찢어지게 가난했던 60년대 한국의 농촌을 떠올려보라. 너무너무 가난했어도, 마을을 감싸는 분위기는 술 중독과 무력감, 패배감이 아니었다. '아껴서 자식들이라도 출세시키자' 정도의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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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은 아주 묘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공부를 잘하는 남학생이 있으면 다른 남학생들이 '계집애처럼 공부나 하고 앉아있어!' 라는 식으로 놀려대고, 괴롭히고. 친구가 내 가족을 모욕했을 때 점잖게 참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총을 들고 가거나 흠씬 두드려패야 명예로운 일이라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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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자가 굉장히 균형을 가진 시각으로 책을 쓰고 있다고 느꼈던 건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었다. 이 사람들이 제도적 맹점 때문에 이렇게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고만 말하지 않는다. 괜찮은 일자리가 주어져도 성실하게 근무하지 못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팽배한 무력감을 가진 구성원들을 비난하고 있다. 사람들에겐 문제가 없고, 제도가 우리를 수렁으로 밀어넣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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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 중독자 어머니, 10대에 자식을 낳은 자신의 이모와 누나들에 둘러쌓여, 어떻게 그 수렁에서 빠져나왔는지 아주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오하이오 주립대, 예일대 로스쿨을 갔다.) 그런 탈출의 경험을 모두와 공유하고 모두를 돕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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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결함을 가졌으면서도, 끝끝내 따스했던 할모와 할보 (할머니, 할아버지를 그쪽 은어로 표현하여 번역한 것), 놀라울 정도로 현명한 누나가 있었기에 이렇게 제 2의 삶을 살고 있다고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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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쫓겨, 리뷰를 충실하게 못 쓰고 있음이 좀 아쉽다. 밑줄 친 부분을 추리고 추렸는데도 꽤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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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 이들은 지역 사회와 국가의 경제, 정치, 사회의 권력을 장악한 백인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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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보가 퇴근하고 돌아와 뜨끈한 저녁밥을 지어달라고 하면 할모는 뜨끈한 쓰레기 한 접시를 정성스레 내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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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하는 편의 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미들타운을 떠난 것은 아니다. 그런 시설을 이용해줄 손님이 사라졌기에 편의 시설이 문을 닫고 떠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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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이 우리에게 대학에 가기에는 너무 멍청하다고 또는 너무 가난하다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그런 분위기는 마치 공기처럼 늘 우리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우리 가족 중에 대학에 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동네 선배들이나 형제들은 직업 전망이 어떻게 됐든 미들타운에 눌러앉아 완전히 만족하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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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모, 신이 정말 우리를 사랑해요?" 할모는 고개를 떨구고 나를 껴안더니 꺽꺽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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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은 정말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우리는 그 가난한 살림에서 지출을 늘려나간다. 거대한 텔레비전과 아이패드를 산다. 이자가 센 신용카드나 고리대금을 얻어서 자식들에게 좋은 옷을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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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감을 끝없이 바꿔가며 만나던 우리 엄마를 떠올려보라. 이런 일이 미국만큼 일어나는 나라는 없다. 프랑스에서는 아이들이 어머니의 동반자를 세 명 이상 만날 확률이 0.5퍼센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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