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 - 자연농이라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방식
강수희 & 패트릭 라이든 지음 / 열매하나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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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게 된 책이었더라. 인스타그램에서 오다가다 우연히 알게 된 책이었을까. 보자마자 "어! 이건 날 위해 출판된 책인가!" 하며 화들짝 놀라, 텀블벅 후원을 했었더랬다. 후원이 성사되어 출금되었다는 문자가 오더니, 이렇게 빨리, 책이 도착했다. (프로젝트가 달성되고도, 여러가지를 준비하시느라, 제품이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1인 출판사 열매하나에서 처음 출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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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강수희, 실리콘 밸리에서 전자제품 매뉴얼을 작성하여 고액의 연봉을 받던 패트릭 라이든씨가 자연농의 세계에 풍덩 빠지면서 하게 된 프로젝트가 바로 '자연농(Final Straw)라는 제목의 다큐를 찍은 것이다. 자연농을 실천하는 전세계의 농사들을 찾아가, 그들의 인터뷰를 따고, 관찰하였다. 그것을 영화로 만들고, 다큐에 못 다 담은 이야기를 엮어 또 이렇게 아름다운 책이 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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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 자연농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아마, 다른 이들도 나랑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유기농을 떠올리거나, 좀 더 나아가 농약이나 비료를 치지 않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까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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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은 좀 더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 가까운 방식의 농사였다.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벌레와 풀(이 책에서는 절대로 잡초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도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 심지어, 땅을 갈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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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우리집 마당이 떠올랐다. 3~4평 정도의 아주 작은 마당인데, 낭군님과 내가 날마다 가꿀 수는 없으니, 그 자그마한 밭 하나도 잘 가꾸기 힘들었다. 가끔씩 낭군님이 땀을 한바가지씩 쏟으며 풀을 뜯어내기도 했지만 (자르지 않고, 뜯었다.) 그게 보통 일인가 말이다. 그리고, 일주일만 지나면 다시 잡초로 밭이 뒤덮이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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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하지면 막연하게 뒤죽박죽 이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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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잡초가 땅의 영양분을 빼앗가 가니까 제거해야 한다.-

2. 뿌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또 자라나니까 뽑아야 한다.-

3. 근데, 잡초를 뽑으면 땅이 황폐해 지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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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그 모든 정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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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밭에 내가 심지 않았어도 무성하게 자라는 풀들을 미워하며 뿌리째 뽑지 않아도 된다. 좀 더 느긋하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재배하여 식탁에 여러가지 채소와 작물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밭은 아직 너무 작아, 가끔씩 식사의 재료 정도만 충당될 정도에 불과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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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기하다, 먹거리를 직접 구하기 시작한다에서 스스로 자그마한 혁명이 일어나고, 그 먹거리를 직접 구하는 방식을 자연농으로 바꾼다에서 또 다른 혁명이 한 번 더 일어난다. 그런 변화를 일으켰더니, 삶의 방식 전체가 바뀌고, 만나는 사람들도 바뀌고,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도 바뀔 터이다. 말 그대로 Transforming ourselv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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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쓴 작가들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까. 오사카에서 생태 예술 공간을 새로 꾸릴 예정이라는 이 두 사람. 내 가슴이 덩달아 벅차오르고 숨이 가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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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을 너무 많이 쳐서 고르는 것도 힘들 지경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꼭 기억하고 싶은 구절은 써서 남겨야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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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기계로 땅을 갈면 해마다 겉흙이 아주 많이 유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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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 수조차 없는 건물 46층에서 일하면서, 역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처럼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인생이라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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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주변에 풀이 많더라도 대략 반년 안에 그 수명이 다할 것이고 이후 잔해물이 썩으면서 흙을 비옥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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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도 인간처럼 저마다의 삶이 있는데 같은 조건 아래에서 모두 똑같이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것은 우리의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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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자연농을 농사 방식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연농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고 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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