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힘 - 녹색 교실이 이룬 기적
스티븐 리츠 지음, 오숙은 옮김 / 여문책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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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나를 전율시킨 책. 식물의 힘. 원제는 The Power of a Plant. 노태운님이 멋진 신간이 한 권 나왔다며 추천해주셨는데, 책 목차와 설명을 훅, 읽어보고 바로 주문했다.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의 학교들을 변화시켜온 놀라운 교육의 힘이 마법처럼 펼쳐진다' '녹색 교실이 이룬 기적' 이라는 설명을 읽는 순간, 두 말할 필요없다. 최대한 빨리 사서 읽자!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9월 4일에 출간된 책이니 일주일 정도 밖에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책이다.

뉴욕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인 브롱크스에서 식물로 학생과 지연사회 전체를 변화시킨 교사 스티븐 리츠가 쓴 글이다. 그렇다. 나는 교사고, 식물에 관심이 많다. 햇살이 쏟아지는 조그마한 마당을 가진 집에서 사는 나는 허브도 키우고, 고추와 가지, 깻잎과 토마토를 길러서 먹는다. 하지만 지금 나와 우리 아이들이 있는 교실에는 해가 한 점도 들어오지 않는다. ㄷ자 모양의 건물 틈새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성능좋고 깜빡임이 없는 LED등이 천장에 달려있지만 못내 아쉽다. 식물을 키워보겠다고 학부모님들에게 화분도 빌려서 모아두었지만, 해가 전혀 들지 않는 교실임을 파악하고는 포기했다. 거의 대부분의 식물은 (음지식물을 제외하면) 햇볕과 통풍이 절반 이상의 중요함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인 스티브 리츠가 발하는 환하고 밝은 빛에 눈이 밝아지고, 난로 주변에 손을 갖다댔을 뿐인데 온 몸이 따스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실패로 가득한 책. 그런데 실패 끝에 얻어낸 아이들과의 성공경험으로 책 전체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저절로 이런 생각이 든다. '나도, 나도 이렇게 해 보고 싶다. 좋은 삶을 모두가 살게 하고 싶다. 유의미한 근사한 일을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막 스물스물 꿈틀꿈틀 강력하게 피어오른다. 

마약과 범죄,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있는 브롱크스의 열악한 학교들의 졸업률은 17% 정도. 그 아이들의 졸업률을 100%까지 끌어올리게 하고, 무너진 가정을 일으켜 세웠다. 직접 채소를 키워 수확해서 그것을 먹으면서 자신의 식생활과 가족의 식생활을 둘러보게 되고, 스스로 자존감을 세웠으며, 그것이 학습에서의 성취를 불러왔다. 이어, 여러 전문가를 초빙한 체험을 통해 진로를 멋지게 설계하는 데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씩 기적같이 일어난 일, 하지만 누구든 시작하면 손에 쥘 수 있는 기적이다.

그 가운데 저자가 TED 무대에 서면서 폭발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던 것도 큰 기폭제가 되었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그린 브롱크스 머신' 이라는 모자와 티셔츠를 

아, 이 아름다운 여정을 내가 짧은 글로 설명하는데 너무 부족하다. 안타깝고 안타깝다. 정말 모두가 읽고 함께 전율했으면 좋겠다.

이 책보다 내가 밑줄을 더 많이 친 책은 없었던 것 같지만, 꼭 공유하고 싶은 문장들, 이 곳에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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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에 싸음이 일어났다. 잊지 못할 10월의 그날, 수업 중에 두 학생이 갑자기 의자를 뒤로 밀치며 벌떡 일어났다. 곤살로라는 아이가 라디에이터 밑으로 손을 뻗는 게 보였다. 안 돼, 제발 그 밑의 무기는 건드리지 마, 나는 생각했다. 그 아이가 무언가를 잡아 뜯었고 와르르 쏟아졌다..... 꽃들이었다. 기다란 초록색 줄기마다 피어난 수십 송이의 밝은 노란색 꽃.....마치 곤살로가 마술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기라도 한 것처럼 교실엔 탄성이 흘렀다. 그 꽃은 너무도 뜻밖이라 형광등 불빛 아래서 초현실적으로 보였다. 날아가던 주먹들이 곧바로 멈추었다. 이제 남학생들은 수선을 떨며 여학생들에게 꽃을 건넸다. 여학생들은 한두 줄기를 엄마에게 가져다주고 싶어했다. 그리고 과학교사로서 내 본능은 방금 일어난 이 소동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었다."

"우리가 일을 더 많이 할수록 공원은 보기 좋아졌다. 결과가 한 눈에 보였고, 그만큼 전염성이 있었다. 열한 명의 십대가 공원 화단에서 함께 일하는 모습은 일상적인 풍경이 아니었고, 사람들은 그 풍경을 무척 좋아했다."

"물론 나는 실패에 관해선 토머스 에디슨이나 스티브 잡스만큼 위대하지 않을지 몰라도, 상당히 그에 가깝다. 그들이 그랬듯, 좌절감 때문에 배움을 멈춘 적은 결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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