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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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준의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을 기차 안에서 다 읽었다. 아주 묘한 느낌을 가진 작가다. 크게 울거나 웃지 않았고 또렷한 음성을 낸 것도 아니다. 나는 그가 미농지같다고 느꼈다. 모든 색을 파스텔로 만들지만 분명히 부드럽게 그 톤을 드러낸다. 외치진 않는데, 존재감은 뚜렷한 종이. 


우연이었겠지만, 나와 동갑이었다. 나와 동갑인 이 시인은 이런 밤들을 보냈고, 그렇게 주춤거렸고, 별스러울 것 없는 울음을 울라고 담담히 권했다.

책 내지를 펼치면 그의 사인이 있다. "울어요, 우리" 17. 박준

미농지 같은 그의 글 몇 구절 이곳에 적어보겠다.

“고독과 외로움은 다른 감정 같아.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일 텐데, 예를 들면 타인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드는 그 감정이 외로움일 거야. 반면에 고독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 내가 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고독해지지. 누구를 만나게 되면 외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내 경우에는 그것이 소리였따. 터뜨리는 웃음이나 나지막이 흥얼거리는 상대의 콧노래, 심지어는 마른기침 소리까지도 살갑게 느껴질 때 나는 내가 사랑에 빠졌음을 알아챈다. 반대로 상대가 가진 특유의 말투나 부르는 노래, 음식물을 씹는 소리가 귀에 거실를 때 나는 이 사랑이 곧 끝을 맞이할 것이라 직감한다.”

ps. 어떤 것이 책이고, 어떤 것이 노트일까요? 하드커버인 책을 사니, 하드커버인 노트를 한 권 준다. 곡진한 민쟁김 시인의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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