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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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테루의 환상의 빛. 이동진님이 아주아주 강추해서 2015년에 이 책을 구입했다. 왜였던지 기억나지 않지만 조금 읽다가 책장에 다시 꽂아 두었었는데, 이번에 갑자기 훅 땡겨서 꺼내 읽었다. 중간에 책갈피가 꽂혔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새로 처음부터 읽었다.

'환상의 빛' 의 시작은 32살이 되는 유미코가 자신의 남편에게 말하듯이 시작된다. 독자들은 주인공 유미코의 남편이 왜 자살을 하게 되었을까, 궁금해하면서 읽기 시작하지만 그 이유는 끝내 알 수도 없고, 작가는 그걸 염두에 두지도 않는다. 원한 없고, 이유 없는 상실도 있을 수 있다고, 담담히 말한다.

그야말로 고통스러운 일이라, 유미코는 두고두고 괴로워한다. 합당한 이유로 누구를 떠나보내고, 애도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축복일지 모르겠다. 내 두 번째 남자친구 생각이 났다. 그는 우리의 중요한 기념일 앞두고, 연락두절이 되었다. 수없이 전화를 하던 끝에 간신히 통화를 했다. 어차피 그의 마음을 되돌릴 생각은 없었다. 그 전날 밤만 해도 "사랑해." 라고 하던 그가 갑자기 연락이 끊기고 잠수를 탄다는 것은 명백히 관계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이었으니까. 

"붙잡지 않을테니 통화 한 번 하고 잘 마무리해요." 라는 내 문자에 간신히 그 사람은 전화를 받았다. 나는 결코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마음을 잘 정리할 수 있도록, 왜 마음이 달라졌는지 3가지 정도 이유만 말해주세요. 그러면 깨끗이 단념하고 끊을게요." 하니까 그는 미안해하면서 주섬주섬 몇 가지 이유를 말했다. 그러고는 꽤나 후련한 마음으로 관계가 끝났음을 스스로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후유증으로 며칠 정도는 입맛이 없었지만, 딱 일주일이었다. 명백히 이유가 존재하는 상실이란 그 고통이 반감된다.

명확한 건 하나도 없는 삶, 불변하는 건 단 하나도 없는 인생, 두 다리를 땅에 딛고 서 있는 나의 피와 세포마저도 초단위로 새로 생성되는 마당에 "나" 라는 실체 자체 또한 뚜렷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걸 그저 알고서 살았으면 한다. 안경을 닦으면 선명해지는 게 아니라 닦아도 그냥 뿌옇다는 걸 너도 나도 알았으면 한다. 

밑줄 친 부분이 많진 않아도, 글이 너무 길어져 여기서 줄여야겠다. 이 작품 이미 읽은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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