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해부도감 - 집짓기의 철학을 담고 생각의 각도를 바꾸어주는 따뜻한 건축책 해부도감 시리즈
마스다 스스무 지음, 김준균 옮김 / 더숲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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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후루룩 넘겨보고 매료돼서 바로 샀던 책, 주거해부도감. 해부도감 시리즈가 대여섯권 정도 된다. 주거 정리 해부도감, 주거 인테리어 해부도감, 자연해부도감, 농장해부도검, 집짓기 해부도감 등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문, 손잡이, 지붕, 창문 등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떻게 선택되고 건축되는지 희미하게나마 알고 싶었기에 이 책을 골랐다. 


어떤 집이 쾌적하게 잘 지어졌는가, 아닌가는 여행을 가서 게스트하우스나 호텔에 가 보면 가장 쉽게 알 수가 있다. 아무래도 여행자에게는 저녁에 샤워를 하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니까. 6인실의 도미토리에 들어갔다고 치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세면대와, 샤워꼭지와, 변기가 같이 있다. 나는 샤워만 하면 되는데, 내가 들어가면 세수를 하고 싶고 볼일을 보고 싶은 사람 모두가 나를 꼼짝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섬세하게 잘 건축된 곳에 가면 변기는 따로, 세면대도 웬만하면 따로, 샤워실은 따로 있는 경우가 있다. 굉장히 투숙객을 많이 고려한 건축이라고 할 수가 있다. 최근 지어진 한국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아주 쉽게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콘센트의 위치다. 여행자들 대다수에게 전자기기가 최소 1~2개는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콘센트가 침대마다 배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적절한 높이에 있어 충전 연결선 길이에 관계없이 편안하게 쓸 수 있는 경우. 또, 샤워실의 배수구가 약간 낮은 곳에 있어 물이 저절로 그쪽으로 빠질 수 있게 돼 있는 경우는 최상이다. 샤워하면서 물이 빠지지 않아 불쾌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가게에 가서 화장실에 들르면, 사람이 앉고 간신히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좁다거나 문을 밖으로 열어야 하는데 안으로 열게 되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극장에서 화장실을 사용하고 세면대에서 손을 간단히 씻으려는데, 자동 센서여서 한동안 물이 안 나오는 경우라든지, 이미 손을 다 씻었는데, 물이 한참을 더 나오는 경우 등등도 있다.

이 책은 현관, 계단, 문, 거실, 부엌, 침실, 화장실, 욕실, 소리, 통풍, 차양, 처마 밑, 지붕 등으로 챕터가 아주 상세하게 나뉘어 있다. 주거자가 불편함을 최대한 적게 느끼고, 가장 쾌적하게 느낄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모두 적어두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발걸음하는 곳들의 이상한 구조가 더 눈에 잘 들어오긴 하지만, 내가 가구를 배치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른 해부도감 시리즈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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