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일요일들 - 여름의 기억 빛의 편지
정혜윤 지음 / 로고폴리스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몇 년간 흠모해 왔던 정혜윤 작가의 새 책이 나왔다. 인생의 일요일들. 이 책을 다 읽은 건 벌써 지난 주말인데 이제야 리뷰를 쓰다니. 글을 쓰기 위해서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 잠시 내는 게 이렇게 쉽지 않았을 줄이야. 


내가 가지고 있는 정혜윤 작가의 책이 몇 권이 있나 해서 찾아보니 꽤 많다. 침대와 책, 삶을 바꾸는 책 읽기,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따, 여행, 혹은 여행처럼, 마술 라디오까지. 분명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단 한 줄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숨쉬기처럼 책을 읽어왔지만, 이럴 때 느껴지는 허탈감이 있지만, 내 몸 속 어딘가엔 흐르고 있겠지-라는 믿음으로. 다시 '침대와 책' 부터 밑줄 그으며 읽고 싶구나. 

키가 크고 검은 머리를 매력적으로 풀어헤친 작가가 호기심 가득한
갈색 눈을 살며시 뜨고 그리스 이곳 저곳을 땀 흘리며 다녔을 모습이 눈 앞에 떠오른다. 책 표지는 희미한 민트색이었지만 이 책에는 뜨거운 햇볕이 느껴진다. 

나는 기본적으로 삶과 일상의 아름다움에 대해 예찬하는 태도를 가진 작가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녀도 그런 작가 중의 하나다. 삶이 유한하고 그래서, 제대로, 따스하게 살아보고 싶다고 늘 다짐하는 것 같은 작가. 만난 적은 없지만 눈에 하트를 박고 무한한 애정으로 바라보고 싶은 작가다.

그녀의 아름다운 문장들 몇 개 이 곳에 적어보겠다. Nat King Cole의 Darling, Je Vous Aime Beaucoup를 듣고 있으니까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에 내가 누워 있는 기분이 든다. 유한한 나의 삶. 어떻게 사는 게 최선인지 알 수 없어서 재미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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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의 어머니의 말이 또 떠올라요. "존, 인생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선을 긋는 문제이고,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지는 각자 정해야 해. 다른 사람의 선을 대신 그어줄 수는 없어.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규칙을 지키는 것과 삶을 존중하는 건 같지 않아. 그리고 삶을 존중하려면 선을 그어야 해."

"인간적 온기 속에 있고 싶은 마음과 고독하고 싶은 마음의 경계, 나이고 싶은 마음과 나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이 뛰어넘고 싶은 마음의 경계, 과거를 훌훌 털고 싶은 마음과 과거에서 배우려는 마음의 경계,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과 떠나고 싶은 마음의 경계, 표현하고 싶은 마음과 조용히 숨고 싶은 마음의 경계, 안정되고 싶은 마음과 자유롭고 싶은 마음의 경계, 은둔자가 되고 싶은 마음과 뭔가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의 경계, 저는 이 모순들과 잘 지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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