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너머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49
마리아 굴레메토바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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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은 많은 것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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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손을 흔들고 떠나는 연로하신 굽은 등이라든지, 모로 누워 자는 배우자의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애처로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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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하게 옷을 차려입은 작은 돼지의 뒷모습,

최근 그 어떤 그림책에서도 이토록 표지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던 적은 없었다.


미셸 투르니에의 글과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이 만난 매혹적인 책 <뒷모습>은 내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책이다. 마음이 어지럽게 흩트러질 때 한 번씩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이름 모를 사람의 뒤통수를 보곤 한다.



먼 곳을 응시하는 작은 돼지의 삶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안다는 말이 많았어요.

소소는 듣기만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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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와 함께 사는 돼지 소소.

소소는 안다와 큰 문제없이 지냅니다. 안다가 모든 걸 말해주고, 옷도 골라주고, 뭘 하고 놀지도 정해줬거든요. 소소는 그걸로도 불편함이 없었거든요.




안다는 소소한테 어울리는 옷이 뭔지 알았어요.




뭘 하고 놀면 좋을지도 알았고요.



어느날 사촌이 놀러온다고 해서 소소는 마중을 나갑니다. 처음으로 집을 빠져나가 계단을 건너 탁 트인 들판으로요. 멀리 멧돼지인 사촌이 보입니다.




나서 반가워. 그런데 그게 뭐니?"

산들이가 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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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이건 옷이야."

소소가 대답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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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달릴 때 불편하지 않니?"

"아니. 난 달리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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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달리면 얼마나 신나는데! 한 번 해 봐.

같이 달릴래?"




멧돼지는 같이 달리자고 제안하지만 소소는 선뜻 그러지 못했습니다. 사촌은 돌아가고 소소는 창밖을 바라보는 일이 많아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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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의 마음은 어떤 식으로든 요동쳤겠지요.

창밖을 보며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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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만나는 수채화 색감의 부드러움.

강하게 외치지 않지만 우리들 안의 소소와 우리들 안의 멧돼지를 맞딱뜨리게 하는 서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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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정말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자꾸만, 들판으로 달려나가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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