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법 - 제5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동시집 57
김준현 지음, 차상미 그림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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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동시에 살짝 빠져 있다. 사두고 미처 못 읽은 이야기책이 너무 많이 쌓여서 잠시 사재기를 중단하였다. 도서관에서 빌리고, 친구들에게 빌려서 읽기로 했다. 하지만 동시집은 예외라며(?) 책쇼핑을 합리화할 빌미를 찾아냈다. 동시는 곁에 가까이하고 두고두고 읽어야한다. 한 번 읽고 ‘와, 좋네,’ 하고 넘어가면 의미가 없다. 내가 외우고 낭송하고 아끼면 좋고,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읽히면 더욱 좋다.

말이 좀 길었는데, 결론을 내자면 동시는 맘껏 살테니 나 말리지 말란 얘기다! ㅎㅎ

요새 내가 집에만 도착하면 거실에다 켜 두는 ‘이안의 동시 이야기_다 같이 돌자 동시 한 바퀴’ 팟캐스트에서 알게 된 동시집이다. 김준현 시인의 ‘나는 법’....

고백을 먼저 해야겠다. 안에 어떤 시가 있는지 알기도 전에 나는 표지만 보고 이 책을 사기로 결정했다! 동글동글 알차게 잘 다듬어진 동시와 예쁜 삽화가 결합됐을 때의 그 엄청난 행복을 동시를 사 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손에 뿌듯하게 와 잡히는 행복을 나 혼자 누려도 되는거야? 일요일 아침 일찍 눈을 떴는데도, 따뜻한 이불 속에서 나오기가 싫어 혼자 꿈틀꿈틀 왕꿈틀하다가 이 시집을 읽었더랬다.

다른 책과 달리 동시집엔 차마 삽화가 그려진 고운 종이에 연필로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는게 꺼려지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좋은 동시엔 하트로 별로, 글자로 여러 표시를 하며 읽었다. 그렇게 마크해둔 동시집 중에 하나의 일부만 여기서 나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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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사람은 어른한테만 씨를 붙이는데
열매랑 꽃은 어릴 때만 씨를 붙여 줘요

이불을 덮어 주는 것처럼 흙을 덮어 주고는
그만 까먹어 버린

장미씨
봉숭아씨
수박씨
자두씨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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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심했다. 누가 봄에 생일이라고 하면 이 동시집을 선물하기로. 동시를 즐기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강제 선물이다. 읽다보면 몸이 두둥실 뜨는 걸 경험할 수도 있는데. 이 좋은 걸 나만 어떻게? 정말로 좋은데! 말로 설명할 방법이 없네! 할 땐 무조건 선물하는거다.

한글 형태와 시상을 멋지게 뒤섞어버린 재치있고 아름다운 동시도 많았다. 결심한 기념으로 한 편 더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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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공부ㅡ이(ㅣ)

김준현

비가 내리는 날
빗소리를 적고 싶은데 적을 수 없는 건
빗소리가 비와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야

비는
l l l l l l l l l l l l l
모습으로만 내리니까

바닥에 닿는 비는
l , l , l , l , l , l , l , l , l , l , l , l , l ,
빗방울 같은 쉼표들을 튕기고

갑자기 내리는 비 때문에
입술을 한껏 벌린
ㅂ을 붙여 주자







진짜 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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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는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그 전에 이미 당신의 그 찰나를 아름답게 한다. 그 찰나가 자주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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