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걸 : 거울 여신과 헌터걸의 탄생 헌터걸 1
김혜정 지음, 윤정주 그림 / 사계절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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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기대하고 있었던 작품. 나는 일단 제목이 <ㅇㅇ걸>이면 내용이 궁금해서 견디지를 못한다. 예전과는 달리 문학이나 영화에서 여성의 비중이 커졌다곤 해도 여전히 가장자리로 비켜나 있는 건 사실이다. (며칠 전 본 영화 <독전>에서도 여성들은 조연에 불과했다.)

김혜정 작가는 여성이 주도하는 이야기에 아주 관심이 많은 작가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책 제목만 후르륵 살펴 보자. <하이킹 걸즈>로 블루픽션상을 받았고, <닌자걸스>와 <판타스틱 걸>도 있다. 걸 시리즈만 벌써 네 권째! (이 중에서 내가 3권을 샀다는 사실은 비밀 ㅎㅎ)

이 동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열두 살은 운명을 받아들이기에 그리 적당한 나이가 아니다.”

맞아. 소설이나 동화는 첫 문장이 아주 죽여줘야 하는데. 최근 내가 동화 습작했던 작품들을 생각해 본다. 그 공식을 알면서도 캬 소리가 나는 첫 문장을 못 썼구나. 그런 의미에서 헌터걸은 합격이다.

열두 살 강지에 집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 왔다. 그건 바로 난생 처음 보는 강지의 할머니. 세련된 은색 단발에 170센티미터도 넘는 키, 뚜렷한 이목구비의 할머니가 나타났다.

“너는 헌터 집안의 후손 이강지다. 우리 집안에는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임무가 있고, 이젠 네 차례다. 네 양궁 실력이 그 증거지. 너는 헌터걸의 운명을 이어받아야 해.”
밑도 끝도 없이 헌터걸이 되라고 하는 할머니. 할머니의 제안을 거절하면 아빠는 지금 하고 있는 식당을 비우고 길거리로 나앉아야했다. 그 가게가 할머니의 소유였기 때문이다.

초반 설정부터 나는 이야기에 확 빨려 들어갔다. 자신이 특별한 능력을 지녔는지 몰랐다가 그걸 깨달아가는 이야기를 정말로 좋아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은 별로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아이가 눈부시게 변모하는 이야기로 대리만족을 원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판타지의 글 맛을 더하는 건 역시 현실을 반영하는 장면들! 예쁜 외모를 가꾸기 위해 집착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실감하게 그려놓아서 나눌 얘깃거리도 풍부했다. 내용을 더 풍부하게 빛내주는 삽화까지 해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끝까지 이야기를 읽어내려 갔다. 책장이 넘어가는 게 아쉬울 지경이었지만, 마지막엔 후속편을 암시하면서 끝이 났다.

여성들이 마구 판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 나도나도 쓰고 싶다,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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