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39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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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꽃님 작가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읽었다. (책 빌려주신 김진향 선생님 고맙습니다 ^-^) 내가 리뷰를 쓰는 건 남들이 보기보다는(?) 정말 까다로운 작업이다. 제대로 된 비평도 아니지만 또 20자 평 수준으로 감상만 남기는 것도 아니다. 분석을 하고는 싶지만, 책 소개를 하는 입장에서 깜짝 놀랄만한 설정이나 줄거리를 미리 알려주는 것도 탐탁치 않다. 내 자신이 그렇게 미리 정보를 많이 알고 책이나 영화 보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얼마나 매력적인 호흡으로 읽히는지는 도대체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 형식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반감될까 조심스럽다. 그런 마음으로 살금살금 써 봐야지.

당신이 편지라는 형식으로 문학을 쓴다면, 아니, 써야면 ...한다면 어떻게 쓰겠는가? <헨쇼 선생님께>의 아이처럼 일방적으로 선생님께 쓰는 편지만 엮은 책? 유은실 작가의 <나의 린드그린 선생님>처럼 편지와 작가가 서술하는 이야기가 함께 병행하는 형식?

은유는 아빠가 시켜서 할 수 없이 ‘느리게 가는 우체통’ 에다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

“나에게

아빠가 쓰라고 해서 쓰는 거야.
느리게 가는 우체통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며칠 전부터 난리를 치더니, 결국 오늘 출발을 하자고 하더라고. 토요일은 아빠랑 보내야 한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기분 나쁜데, 꼭두새벽에 그것도 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오다니. 내가 짜증이 안 나게 생겼냐고. (...) 거기다가 뜬금없이 편지는 또 뭐냐고. 대뜸 편지지랑 봉투 쥐여 주더니 이젠 테이블까지 따로 떨어져 앉아서 쓰라잖아. 내가 미쳐 진짜.“

있는 힘껏 투덜거리면서 어쩔 수 없이 쓴 편지. 우체통에 넣었다. 그 편지는 어디로 갈까? 누구의 손에 가게 될까?

안톤 체호프는 이렇게 말했다. ‘1막에서 총이 등장하면 3막에선 쏘아야 한다.’고. 편지도 마찬가지다. 보내진 편지는 누군가에게 도달해야 한다. 도달한 편지는 누군가에게 읽혀야 한다. <헨쇼 선생님께>처럼 한쪽의 편지로만 작품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양쪽의 편지를 함께 읽으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은유가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독자인 우리들이 느끼게 되는 긴박감과 짜릿함은 상당하다.

이렇게 기가 막히게 요리된 플롯을 살펴보면 요걸 잘 살펴서 다르게 요리해서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우리가 뻔하다고 생각하는 도구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색다르게 창작할 수 있다. 기존에 충분히 다뤄졌던 주제와 소재,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작품은 재미있으면 된다.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면 된다. 그건 알지, 근데 그게 어렵단 말이다!

이 작품이 그래서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았지 않나 싶다. 일독을 권한다. 당신은,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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