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막만 한 조막이 휴먼어린이 저학년 문고 5
이현 지음, 권문희 그림 / 휴먼어린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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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작가님의 신간 <조막만한 조막이>를 읽었다. 벌써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리듬감!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가 떠오르는 입에 착 달라붙는 제목이다.

난 어릴 때 옛날 이야기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이미 ‘옛날’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고리타분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이미 배경 설정 자체에서 흥미를 잃은 것이다. 배경이 어디인가는 중요하지 않은데! 난 책을 정말 좋아하는 어린이였지만, 어릴 땐 집에 책도 많지 않아 늘 책이 고팠다. 되려 어른이 되어서 어린이 책을 더 많이 읽게 됐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지금은 전국에서 채록된 민담이나 옛 이야기를 읽는 것도 너무 좋고, 옛 이야기 형식을 띈 창작 동화 읽는 것은 더 좋아한다. 옛 이야기의 배경은 대체로 조선시대의... 언제쯤, 어딘가쯤이고 (옷차림으로 추측컨대), 그때의 생활상이 드러나긴 해도 그게 꼭 아주 정확할 필요까진 없다는 게 매력이다.

옛 이야기의 말투도 좋다. 대개가 반말투이고, 이야기 한자락을 풀어내는 이야기꾼의 포스가 느껴진다. “자! 내가 이야기를 들려줄 터이니, 다들 여기 앉아 보거라!” 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면 어른이건 아이건 이야기가 고픈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무릎을 치고, “얼씨구!” 하면서 신나게 듣는 것이다. 그 특별한 분위기에 빠지는 게 좋아서, 옛 이야기가 좋아지고 말았다.

조막이는 혼인한 지 이십 년이 지나도록 애가 생기지 않았던 부부에게서 태어난 아이이다. 아이가 조막만큼이나 작아서 조막이라 하였다. “주먹도 아니고 조막만 하네!”.

작가가 독자를 가지고 노는 부분이 무척이나 재치가 있었다.

“어머니, 이제 저도 어느덧 열 살, 철부지 어린애가 아니옵니다. 앞으로 제가 어머니를 잘 모시겠습니다.”
라고 의젓하게 말해 주면 참 좋겠지? 예부터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대충 그렇게 흘러가잖아. 하지만 조막이는 내처 잤어. 잠만 잤냐는 뜻이냐고? 그래. 맞아. 내처 잠만 잤던 거야.

독자에게 이야기 자락을 풀어내는 것에서 넘어서서 마당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청중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그게 현대물이면 문장들이 지저분해진다. 옛 이야기 형식이라서 얼마든지 그래도 좋다. 그럴수록 찰지다. (원래 맞는 발음은 ‘차지다’인데, 난 ‘찰지다’가 좋다.)

조막만한 게 요리 콩 조리 콩, 어른들은 골탕먹이기도 하고, 아이들한테는 사랑을 받는다. 어마어마한 사건 앞에서도 두 주먹 꼬옥 쥐고, 꾀를 부려 이겨나간다. 옛 이야기의 어린이 주인공이라면 그래야 마땅하다! 답답한 세상, 통쾌해 지는 상쾌한 캐릭터! 이현 선생님은 옛 이야기건, 요즘 이야기건 다 탁월하게 쓰신다. 더욱 짬이 난다면 천효정 작가의 <삼백이의 칠일장>과 함께 비교해 가며 읽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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