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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글쓰기
장석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8년 4월
평점 :

내가 요새 어떤 리뷰를 남기는지 잘 살펴보면 내 일상도 들여다 보여서 참 재미있다. 식물에 미쳐 있었던 작년에는 온통 초록책들이었다. 도감류부터 시작해서 가드닝 책까지. 어린이책을 파고 들 때는 온동 아동문학이었고. 요샌 아동문학과 장르문학도 같이 읽고 있어서 좀 정신없고 좀 더 많이 즐겁다!
글쓰기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글쓰기 책들은 즐겁다. 은유 작가, 장석주 작가, 곽재식 작가님의 글쓰기 책을 읽었고 셋 다 다른 의미에서 정말 좋았다. 오늘은 장석주 작가의 <나를 살리는 글쓰기>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생각이다.
글쓰기에 관한 책은 소용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글을 쓰는 방식은 모두다 제각기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연필로 써야만 써진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꼭 맥북 에어가 있어야 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골방에 콕 쳐박혀 써야 한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노래나 사람들 수다소리 같은 백색 소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쓰고, 어떤 사람은 새벽 2시부터 글이 써진다고 한다. 무척 다르다.
각기 다른 작가가 그럼에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면 그거야말로 진짜다. 마음이 급한 사람은 그걸 찾아 그것만 파고 들면 된다.
사실, 나는 글쓰기를 어떻게 하면 잘 하는지가 많이 궁금하지는 않다. 이미 알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 글을 못 쓰던 사람이 쓰게 되는지, 혹은 별로 잘 못 쓰던 사람이 잘 쓰게 되는지 그 과정을 알고 있다. 그 과정 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날마다 해나가면 된다는 걸 안다. 몰라서 글쓰기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작가들이 못 쓰던 순간에서 매일같이 쓰게 된 지금까지의 나날을 말해주는 게 정말 그저 재미있어서 읽는다. 내게는 프로도가 절대반지를 버리러 가는 과정만큼이나 이게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작가들이 글쓰기를 이야기하는 책이라면 곧잘 사서 읽는다. 달라서 재밌고, 또 같아서 재밌다.
제발 많이 읽어라, 징징대지 말고 쓰라는 건 모든 글쓰기 책에 나오는 말이다. 그러니까 얼마나 이게 진짜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읽고 써야지. 작가가 되고 싶은데 도대체 어떻게 미친 듯이 안 읽고, 또 안 쓰겠다는 건가! (이건 나한테 하는 잔소리다.)
장석주 작가의 글은 흉내내기도 쉽지가 않다. 페이지마다 서려있는 언어들의 결이 아주 다르다. 그 단어 하나하나가 문장을 엮는 바느질 솜씨가 다르다. 수만권의 독서량과 광풍처럼 거칠었다가 이내 한숨 내려놓은 삶에서 나온 것을, 그걸 어떻게 흉내내겠는가. 나는 그냥 광채가 나는 비단을 어루만지듯이, 넋을 놓고 그 글에 밑줄이나 그을 뿐이다.
밑줄도 수도 없이 그어서 고르기도 여간 어렵지 않지만, 애써 좀 골라 보겠다. 그렇다고 나누지 않고 넘어가는 건 더 애가 타는 일이니까.
“숙련된 작가들도 문장의 시점, 문체, 리듬을 살펴보고 끊임없이 고쳐 쓴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그렇게 해야만 마음에 드는 몇 문장을 얻을 수가 있다.”
“어떤 글은 지루하고 권태에 빠뜨린다. 밋밋한 사유를 담은 상투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은 글을 읽을 때 그렇다. 관습적인 사유로 얼룩진 글에는 분명 뭔가가 빠져 있다.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듯한 날카로운 고통은 물론이거니와, 새로운 발견이나 깨달음이 없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침묵과 여백도 없고, 지적인 자극이나 감동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글은 읽는 건 매우 지루하다.”
“오, 유레카! 날마다 꾸준히 술을 마시는 사람의 뇌가 알코올 중독자의 뇌로 바뀌듯이 지난 30년간 날마다 책 읽고 글 쓰는 전업작가로 살면서 내 둔한 뇌가 작가의 뇌로 변환된 사실을 깨달았다.”
“스타일이 없는 글은 죽은 글이다. 다른 작가의 것을 모방하지 말고 자기만의 문체로 써라. 자신의 개성, 피의 기질, 독특한 호흡법이 문장에 스며들도록 하라. 스타일은 누가 보아도 자기의 글임을 증명하는 여권이다.”